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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상처 받아야 좋은 부모·자녀 된다

중앙선데이 2020.06.20 00:20 691호 20면 지면보기
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

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

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

『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
좋은 엄마 되는 감정 수업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슬기롭게 독립해야 부모도 행복

재닌 믹, 잔드라 테믈-예터 지음
이지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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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미하엘 보르트 지음
최대환 옮김
파람북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누구나 멋진 부모, 좋은 자녀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 책을 찾아서 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는 ‘화내고 후회하는 세상 모든 엄마들을 위한 감정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그리도 애썼건만 아이는 매번 나를 막막하고 숨 막히게 만든다. 참다 참다 못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손찌검을 하기도 한다. 감정의 폭발로 저질러진 일은 수습할 수 없고, 아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엄마는 후회와 자책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엄마인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대부분의 경우 화의 근본 원인은 아이에게 있지 않다. 부모의 무의식에 남아 있는 유년기 결핍과 일상의 스트레스가 더해져 특정한 순간에 폭발하는 것이다. 성숙한 부모의 첫걸음은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님을 인정하고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이다. 결국, 변해야 하는 쪽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다.’
 
두 저자는 자신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엄마’로서의 나를 넘어 스스로 성찰함으로써 자기감정을 되찾고 성숙한 부모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부모 됨의 삶은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져나갈 수밖에 없고, 순간순간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에 답해 가는 과정이다. 자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하며, 실수를 인정할 때 아이는 자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느낀다. 이것이 엄마이자 한 존재로서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 책에는 생활 속 소소한 일상,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와 엄마의 갈등 사례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고, 모든 순간에 자신을 사색하고 성찰할 수 있게 하는 훈련법이 소개돼 있다. 연필을 들고 책에 나온 문항에 체크를 하고,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적어나가다 보면 자신과 직면하고 해결책을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가 ‘원 그리기’다. 자신을 둘러싼 가상의(또는 실제로) 원을 그려 본다. 이 원은 자신이 책임지는 모든 ‘환경’을 뜻한다. 자녀도 배우자도 모두 그들만의 원을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 “추우니까 두꺼운 옷을 입어라” “아직 배부르지 않을 거니까 밥을 더 먹어라”고 요구한다면 엄마는 아이의 원을 침범하는 셈이다. 내가 지닌 온전한 원이 깨지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고유한 원이 얼마나 어떻게 깨져 있는지를 성찰함과 동시에 내 원이 상대의 원에 충돌해 그것을 깨는 건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재닌 믹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의식적인 부모 교육 센터’를 세우고 부모와 자녀의 성숙한 관계 맺기에 관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잔드라 테믈-예터는 부부관계 코치 겸 가족 상담사로 ‘가치존중구역’이라는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 해결,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상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랑을 회복하는 방법은 뭘까. 서로의 영역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중앙포토]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상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랑을 회복하는 방법은 뭘까. 서로의 영역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중앙포토]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은 독일의 예수회 신부이자 고대철학·윤리학의 거성인 미하엘 보르트가 썼다. 도발적인 제목 옆에는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수년 전 국내에도 돌풍을 일으켰던 『미움받을 용기』의 가정판 같은 느낌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부모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자녀의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많다. 자녀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기대와 주장은 자신들의 요구와 갈망, 필요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부모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부모에게 끌려다니는 자녀도 적지 않다.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고유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부모와 경계를 긋는 게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을 두려워해서 안 되며, 어떻게 기술적으로 부모를 실망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부모를 ‘잘 실망시키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개념어를 빌려 온다. 하나는 영국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가 표현한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능력(robust vulnerability)”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대해 선을 그을 때 따라오는 갈등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의 태도를 말한다.
 
또 하나는 로제 슈츠 수사(修士)가 말한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이다. 갈등에 뛰어들 때 화와 분노, 내 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는 것은 자신과 화해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입힌 상처들을 나의 내적 실재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을 피해갈 필요가 없다.
 
이 지점에서 두 책은 만난다. 『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줬을까』에는 시부모와 한집에서 사는 카타리나와 남편 안드레아스 사례가 나온다. 시어머니 로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며느리의 육아 방식에 끊임없이 간섭하고 아들 가족 삶의 원을 침범한다. 로자는 손녀 마리에게 사탕을 주면서 자기편을 만들려고 하고, 며느리와 갈등이 생기면 아들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식의 읍소 작전을 편다.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하는 안드레아스는 언제나 엄마 편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은 안드레아스는 어머니의 점심 초대에 처음으로 “초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번 주일에는 거절할게요”라고 선언한다. 로자는 뒷목을 잡고 넘어가지만 카타리나는 비로소 성인(成人)이 된 남편을 얻는다.  
 
함께 가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에게는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카타리나 부부는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고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는 의미를 깨닫게 됐다.
 
두 책은 각기 다른 톤으로 쓰였지만 결론은 같다. 엄마든 아빠든 딸이든 손자든 모두가 ‘온전한 나’로 설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거다.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자신을 성찰할 때 ‘온전한 나’는 세워질 수 있다.
 
나는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늦깎이 아빠다. 두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우리집에서 늘 ‘라이브’로 겪는 상황들이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애쓰고 기도하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늘 부족함을 절감한다. 이 땅의 엄마·아빠들에게 두 책을 권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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