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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데 끌리네…술·옷·게임 SNS 휩쓴 ‘뉴트로’ 매력

중앙선데이 2020.06.20 00:02 691호 15면 지면보기
곰표 밀맥주

곰표 밀맥주

1952년 설립된 대한제분은 밀가루·제분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업체다. 특히 ‘곰표’라는 자체 브랜드 밀가루는 매출의 약 95%가 B2B에서 나온다. 지난 달 13만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17만원대(19일 종가 기준)로 치솟았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편의점,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함께 개발한 곰표 밀맥주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B2B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돼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별도 홍보 없이 초도 물량 10만개가 사흘 만에 팔렸고 1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새로움+복고’ 열풍 전방위 확산
수제 곰표 밀맥주, 진로이즈백 불티
디자인 바꾼 내복은 발열 내의 변신
00년대 히트 게임 리니지2M 부활

“신세대는 새로운 제품으로 느껴
소비 위축 속 인기 더 거세질 것”

#관련 업계는 이 같은 인기가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뉴트로(New-tro)’ 열풍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한 신조어다. 옛 것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한다. 예컨대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의 하얗고 커다란 밀가루 포대를 장식한 곰표라는 두 글자와, 60년 넘은 브랜드 마스코트 ‘표곰’을 캔 겉면에 넣어 복고 감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영상 공유를 즐기는 20~30대가 이 캔의 복고 감성에 매료돼 제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업체 코난테크놀로지에 따르면 곰표라는 키워드로 이달 1~9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만 1200개가 넘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뉴트로 열풍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나간 옛 것도 유심히 보고 젊은 세대까지 새롭게 즐길 만한 것으로 재탄생시키면 목돈을 벌 수 있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패션 업계에선 발열 내의가 대표적 사례다. 중·장년·고령층에게 친숙한 내복은 1990년대 이후 ‘따뜻하지만 촌스러운 속옷’으로 인식돼 젊은 세대가 기피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보온성은 살리되 디자인과 착용감을 개선한 발열 내의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세대의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BYC의 ‘보디히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 온(JAJU 溫)’ 등이 일본 유니클로 ‘히트텍’과 경쟁 중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3000억원 정도였던 국내 발열 내의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7000억원으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외식 업계에선 중·장년층 이상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겨냥한 떡집과 양갱 디저트 카페가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떡과 양갱이라는 흔한 복고풍 간식을 SNS에도 찍어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빛깔의 식재료로 장식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오프라인 디저트 카페로 서울 을지로의 ‘적당’과 연희로의 ‘금옥당’, 온라인에선 ‘청년떡집’ 등이 화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4년 820억원 규모였던 국내 떡 소매 시장은 2018년 128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주류 업계는 복고풍 디자인에다 요즘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알코올 도수는 낮춘 소주를 앞세워 이런 뉴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출시한 ‘진로이즈백’은 과거 약 25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춘 소주다. 그러면서도 50~60대 소비자에게 익숙한 1970년대 진로 소주의 두꺼비 마스코트와 병 디자인을 적용, 20~60대에게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넘어섰다.
  
#게임 업계도 뉴트로 열풍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주가가 5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오른 엔씨소프트는 2000년대 히트작 ‘리니지2’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과거 PC로 리니지를 즐겼던 40~50대, 모바일 게임에 더 익숙한 20~30대를 모두 포섭한 결과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85%가 리니지 IP에서 발생했다. 이 밖에 뉴트로 열풍과는 동떨어진 업종으로 보였던 금융업도 영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달 서울 노원지점을 재개장하면서 대기 공간을 ‘청춘당’이라 이름 짓고 옛 카페 콘셉트로 꾸몄다. 지점 방문 소비자들이 모여앉아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면서 쉴 수 있어 호응이 좋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산업계의 뉴트로 열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트로 제품과 콘텐트는 신세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들을 끌어당겨 특정 세대만이 아닌 거의 전 연령대를 고루 공략할 수 있다는 게 기업 입장에선 뉴트로 전략의 큰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전 그리운 과거를 되새기면서 즐기는 마음을 갖게 유도하면서 뉴트로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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