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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까지가 갭투자 막차" 대치·삼성·잠실 전화통 불났다

중앙일보 2020.06.19 19:01
정부가 23일부터 서울 대치·삼성·청담·잠실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하자 그 전에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폭증했다.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정부가 23일부터 서울 대치·삼성·청담·잠실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하자 그 전에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폭증했다.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잠시만요. 방금 설명한 물건은 사장님이랑 통화하고 있는 도중에 나간 거 같아요. 집을 사려면 지금 바로 계약금부터 '쏘셔야' 돼요."

 
대치동의 A공인중개사는 19일 오후 아파트 구매를 문의하는 고객과 통화 중에도 또 다른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23일부터 서울 대치·삼성·청담·잠실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하자 그 전에 마지막 '강남 입성'을 노리는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잠실동의 B공인중개사는 "어제 저녁부터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단지당 매물은 5개 정도뿐"이라며 "지금 집을 보고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그냥 '갭'(임대보증금을 빼고 실제로 구매에 드는 돈)이 적은 것부터 빨리 잡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갭투자는 22일이 끝"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이제 이 일대에 허가면적을 초과하는 땅을 구매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제로 살겠다는 경우에만 허가를 내준다. 2년 동안은 전세나 월세로 집을 임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삼성동의 C공인중개사는 "강남 갭투자(전세를 끼고 구매)는 22일이 지나면 사실상 끝"이라고 말했다.
 
강남 입성을 노리는 사람은 안달이 났다.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에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잠실동의 D공인중개사는 "오늘 하루에 이미 여러건 계약을 했다"면서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강남 아파트 구매의 절반 이상은 갭 투자였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대치동의 인기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면적 94㎡에 호가가 30~31억원에 달한다. 잠실의 대표적 아파트인 잠실엘스도 전용면적 84㎡에 22억원 상당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15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전세를 끼지 않으면 수십억 원의 주택마련 자금을 모두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권의 경우 갭투자 비중이 약 72%인데 이는 연초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라고 밝혔다. 
 

"집값 단기 하락"…집주인은 느긋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5단지. [중앙포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5단지. [중앙포토]

그렇다면 정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강남 집값이 잡힐까. 전문가들은 당장의 가격하락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집값이 내려갈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려면 공급 확대 정책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 교수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수요만 눌러놓았지 부족한 공급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공급이 선순환되지 않으면 결국 집값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정부 규제 효과를 낙관하지 않았다. 대치동의 E공인중개사는 이번 조치에 "살려는 사람들만 조바심을 내지 집주인은 오히려 느긋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강남 일대는 집값을 올릴 호재가 많고 교통과 학군이 좋아 실수요도 풍부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못 팔면, 그냥 계속 임대를 주고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잠실동의 F공인중개사는 "규제를 해도 곧 내성이 생긴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제 진짜 돈이 많은 사람만 이 일대를 살 수 있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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