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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정치자금 수사’ 놓고 추미애‧윤석열은 왜 대립하나

중앙일보 2020.06.19 16:29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문제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서울중앙지검 이첩 조치를 질타하면서, 중요 참고인 조사를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왜 대립하는지 쟁점을 따져봤다.

 

①‘진정서 사본 다툼’ 본질은

논란의 출발은 한명숙 총리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고 한만호씨(전 한신건영 대표)의 감방동료 최모씨가 지난 4월 법무부에 낸 진정이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되면서다. 당시 한만호씨와 같이 복역했던 최씨와 또 다른 한씨는 모두 한 전 대표가 번복한 법정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증언했다가 지금은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2015년 8월 대법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해 한 전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무부로부터 최씨의 진정서를 이첩받은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약 40일간 감찰부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윤 총장에게 진정사건 접수와 감찰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한 부장은 계속 감찰부에서 조사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윤 총장은 보고 다음날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감찰부가 재배당에 반대하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자 윤 총장은 일단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재배당하도록 조치했다. 한 부장은 ‘감찰 독립권’을, 윤 총장은 ‘총장 배당권’을 내세운 형국이다.
대검찰청[뉴스1]

대검찰청[뉴스1]

추 장관은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재배당 과정에서)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다”고 윤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검 측은 검찰총장의 배당권은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의 핵심이라며 한 부장의 ‘지시불이행’을 지적한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대검 훈령에 적힌 감찰 독립권은 ‘감찰 활동’에 대한 것이지, 감찰권 자체가 따로 독립됐다는 뜻이 아니다”며 “그렇다면 ‘감찰청’과 ‘감찰청장’이 따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②秋의 지시, 그 이후

이에 추 장관은 전날 한 전 대표의 동료 수감자로 중요 참고인인 한모씨에 대한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미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된 최씨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 경과도 대검 감찰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검찰총장의 배당 권한은 존중하되, 최종 취합 보고는 ‘감찰부’에 두는 형태의 돌파구를 택한 것이다. 우선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지켜보되,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대검 감찰부로 이첩하겠다는 얘기도 된다.  
 한명숙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2017년 8월 만기출소했다. [중앙포토]

한명숙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2017년 8월 만기출소했다. [중앙포토]

지시의 근거는 한씨가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한다면 조사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와 함께 법무부 감찰규정 4조의2 3항도 들었다. 법무부 훈령인 감찰규정에는 대검 감찰부장이 검찰 공무원의 범죄나 비위를 발견한 경우, 극히 경미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를 지체 없이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통상 대검 감찰부는 ‘검사의 비위’를 전제로 한다. 달리 말해 검사가 허위 증언을 압박한 의혹이 사실인 쪽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대검은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이 아니고 ▶진정인(최씨) 역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명분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평검사는 “검사가 회유해 억지 진술했다는 내용의 진정은 모든 검사가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사건 때마다 대검 감찰이 나선다면 검사들은 위축돼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징계시효 등을 근거로 든 대검 논리는 공감이 어렵다. 징계 시효는 법무부 징계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인사 조치 등 사실 다양한 형식의 징계는 가능하다”고 했다.  
 

대검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감찰 관련 지시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권은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하면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감찰 관련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③與의 尹 사퇴 압박 도구?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여당의 공세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대놓고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총장은 공식 대응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는 법률 문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윤 총장은 자신이 전격 사퇴할 경우 검찰 조직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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