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름 2m 드레스, 풍선 원피스…사회적 거리 두기 위한 기발한 패션들

중앙일보 2020.06.19 11:14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발한 패션 용품들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디자인회사 '멀티플라이'가 선보인 코로나 드레스. 스커트 밑단 지름을 2m로 만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동으로 실현할 수 있다. 사진 멀티플라이(multiply)

디자인회사 '멀티플라이'가 선보인 코로나 드레스. 스커트 밑단 지름을 2m로 만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동으로 실현할 수 있다. 사진 멀티플라이(multiply)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디자인 회사 '멀티플라이(multiply)’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지름 2m의 페티코트 드레스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보통 드레스 안에 입는 페티코트는 스커트 실루엣이 넓게 퍼지도록 철사로 형태를 잡는데, 이를 활용해 쟁반 모양의 긴치마를 만들어 선보인 것. 이 드레스를 입고 활동한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에 필요한 2m를 자연스레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들은 “페티코트 드레스는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완벽한 옷으로 재미와 스타일, 편안함을 모두 충족시킨다”고 설명하면서 이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주황색 택시가 다니는 한국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을 가상의 이미지로 만들어 함께 올렸다. 멀티플라이의 오너이자 디렉터인 건축 디자이너 니콜라스 모서는 "2년전 서울에서 공공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서울이란 도시를 참 열정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프로젝트에 서울의 모습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3D작업을 통해 드레스와 서울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멀티플라이의 드레스 도안. 지름 2m(반지름 1m)의 드레스를 입으면 저절로 사람간 2m의 거리 두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 멀티플라이

멀티플라이의 드레스 도안. 지름 2m(반지름 1m)의 드레스를 입으면 저절로 사람간 2m의 거리 두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 멀티플라이

이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걷거나 해변 등 야외에서 활동할 때의 모습을 하늘에서 본 그림. 스커트 때문에 서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자료 멀티플라이

이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걷거나 해변 등 야외에서 활동할 때의 모습을 하늘에서 본 그림. 스커트 때문에 서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자료 멀티플라이

이들은 또 만만치 않은 크기의 스커트를 쉽게 입고 휴대할 수 있도록 캠핑·소풍용 원터치 텐트에 사용하는 가벼운 방수천을 원단으로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또 접어서 넣고 다닐 수 있는 전용 가방 아이디어도 함께 제시했다. 비록 디자인 이미지일 뿐 실제 옷이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디자인붐’ 등 해외 디자인 매체들은 ‘코로나 시대 방역 패션’으로 소개하며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다른 디자인들. 자료 멀티플라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다른 디자인들. 자료 멀티플라이

 
코로나19를 고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넓고 커다란 볼륨 때문에 저절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되는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도 함께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현실 세계에선 입기 힘든 옷'으로 여겨졌던 옷들이 최근엔 '코로나19 시대의 옷'으로 주목받게 된 것.  
'발렌시아가'의 커다란 종 모양 드레스. 사진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의 커다란 종 모양 드레스. 사진 발렌시아가

실제 어깨 위치보다 한 뼘은 밖으로 튀어나간 거대한 파워숄더 코트를 만들었던 ‘발렌시아가’가 2020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에서 선보인 동그란 종 모양의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상의 부분은 잠수복이 떠오를 만큼 몸에 딱 달라붙는 긴소매 옷이지만, 스커트 부분은 종처럼 밑단이 넓게 퍼지는 드레스로 옷 안에 딱딱한 소재를 넣어 형태를 잡았다.      
'오프 화이트'의 페티코트 드레스. 넓은 밑단으로 이 옷을 입으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 사진 오프 화이트

'오프 화이트'의 페티코트 드레스. 넓은 밑단으로 이 옷을 입으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 사진 오프 화이트

‘오프 화이트’는 올해 가을 컬렉션에서 상의 부분 반쪽은 고어텍스 소재의 후드 점퍼, 나머지 반쪽은 드레스인 옷을 선보였는데 아래로 갈수록 스커트 폭이 넓게 퍼지는 페티코트 형태가 특징이다. 이 옷 역시 지름이 2m에 가까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해 보인다.  
19세기 중반 영국 상류층에선 성별·계급·인종 간 거리 유지가 사교 모임과 공공 생활의 매너로 여겨졌다. 미 공영방송 PBS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패션의 역사'란 뉴스를 보도하며 "19세기 중반 유행했던 '크리놀린(딱딱한 소재를 사용한 페티코트) 드레스'는 부피가 큰 형태 때문에 사람간 거리를 두기에 완벽한 도구로서 상류층은 물론이고 중산층 여성들까지도 많이 입었다"고 전했다.  
19세기 중반 한 남성이 거대한 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 긴 막대가 달린 쟁반에 음식을 담아 건네는 그림. 자료 위키미디어

19세기 중반 한 남성이 거대한 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 긴 막대가 달린 쟁반에 음식을 담아 건네는 그림. 자료 위키미디어

 
디자이너 프레드릭 티제랑센의 풍선 드레스. 사진 프레드릭 티제랑센 인스타그램

디자이너 프레드릭 티제랑센의 풍선 드레스. 사진 프레드릭 티제랑센 인스타그램

지난해 혜성처럼 패션업계에 등장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 노르웨이 출신 디자이너 프레드릭 티제랑센의 풍선 드레스도 사회적 거리 두기 패션으로 많이 언급된다. 그가 영국 런던의 유명 패션 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졸업 패션쇼에서 처음 선보인 이 드레스는 공기가 가득 들어있는 풍선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면 바람이 빠지면서 몸에 달라붙도록 고안된 고무 옷이다. 바람이 들어있는 동안엔 다른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거나, 풍선 안에서 홀로 고립될 수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n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