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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은퇴 후에는 뭘 하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중앙일보 2020.06.19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62)

은퇴 후에는 뭘 하지? 대부분 직장인의 고민이다.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10년 후 은퇴를 목표로 삼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다가 먼저 생을 살았던 사람의 궤적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그들에게 어떤 팁을 얻을 것 같았다. 생존해있는 사람은 직접 만나 조언을 듣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은 그들의 묘비명이나 책을 찾았다. 어느 날 책을 보다가 다음과 같은 글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19세기 폴란드 시인 노르비트의 글이다.
 
그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먹고사는 일, 둘째 재미있는 일, 셋째 의미 있는 일이다. 노르비트는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부족하면 그 사람의 삶은 드라마가 되고 두 가지가 부족하면 비극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인생 2막 설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은퇴 후에 뭘 해야할지 고민한다. 무엇보다 인생 2막에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열정이 샘솟고 실패를 해도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사진 Pixabay]

대부분의 직장인은 은퇴 후에 뭘 해야할지 고민한다. 무엇보다 인생 2막에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열정이 샘솟고 실패를 해도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사진 Pixabay]

 
미디어에서 알려주는 은퇴준비는 대개 재무에 대한 정보, 즉 먹고사는 일에 그친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노르비트의 주장처럼 돈만 있다고 노후준비가 끝난 건 아니다. 돈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은퇴를 준비하며 그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 우선 경제적 자립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리고 은퇴 후에 무엇을 할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한 가지가 머리에 그려졌다.
 
회사에 다닐 때 충무로에 있던 고전음악감상실 필하모니를 자주 찾았다. 그곳의 스피커 음질이 대단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향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의 음을 100% 재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루는 젊은 연주자들이 서대문 객석 홀에서 작은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곳에 들려 고전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객석 홀은 정규 음악 홀이 아니고 30~40평 남짓한 조그만 실내공간이다. 그곳에서 30대 전후의 연주자들이 가벼운 실내악을 연주했고, 연주가 끝난 후에는 관객과 다과회를 하며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회에 다녀오며 은퇴하면 그런 공간을 한번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고전음악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커피를 공부했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진출할 무렵 청담동에 커피미학이라는 일본식 커피점이 있었다. 우연히 주인장을 알게 되어 그에게 커피를 배웠다.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소위 커피전문가들과 일본 커피업계도 시찰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상사에 근무하다가 자신만의 커피점을 개업한 호리구치 커피공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부터 고전음악은 많이 들었지만 음악이론과 서양음악사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었다. 이 기회에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여러 서적을 섭렵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CBS에서 음악해설을 맡았던 김원구 선생의 오늘의 고전, 경희대 이성삼 교수가 쓴 서양음악사, 만화가 신동헌 선생의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 등이다. 신동헌 선생은 고전음악카페를 오픈할 때 초빙하여 직접 해설을 맡았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카페를 직접 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건축학도 기웃거렸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의 목조주택건축과정에 다녔는데 일찍이 캐나다로 이민 가서 건축사로 근무했던 김진희 선생님이 개설한 과정이다. 여러 방면의 건축 관련 사람들을 사귈 기회였다. 이 과정을 계기로 건축설계와 실내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전음악카페 벽면에 그림을 전시해도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림공부도 병행했다. 환기미술관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리움에서 도슨트 과정, 서미갤러리에서 큐레이터 과정을 이수했다. 틈틈이 전시회를 다니며 안목도 키웠는데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창업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우스콘서트 장면. [사진 백만기]

하우스콘서트 장면. [사진 백만기]

 
나이 오십이 되어 어느 정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분당에 50여 평 되는 공간을 구해 고전음악카페를 오픈했다. 건물주와 직접 협상을 통해 월세로 나온 물건을 전세로 임차하여 특별히 경제적 부담은 없었다. 지역에 성남아트센터가 오픈하기까지 2년간 매주 목요일 연주자를 초청하여 실내음악회를 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요즘도 여러 사람이 은퇴 후 창업을 꿈꾸고 있다. 남의 불을 쬐기보다 불을 직접 피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창업은 5년 이내에 80%가 문을 닫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설명회에 따라가서 공연히 남의 말만 듣고 덜컥 창업해서는 안 된다.
 
좋은 점도 있다. 자신이 일한 만큼 소득이 있고 바보 같은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특히 내 경우엔 고전음악카페를 준비하며 섭렵했던 일들이 인생 2막을 사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보다 인생 2막에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열정이 샘솟고 실패를 해도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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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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