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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자녀보다 무서워' 中부모 울리는 '신형 불효'

중앙일보 2020.06.19 08:45
가정의 달이었던 지난 5월, 중국 산시(陝西)성에서 반신불수 노모를 생매장한 아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부모 부양이 힘들다는 이유로 벌어진 이 사건은 당시 중국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불효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보다 더 가슴 아파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최근 중국에서는 ‘신형 불효(新型不孝)’라는 단어가 매스컴을 통해 자주 언급된다. ‘새로운 불효의 형태’라는 뜻의 이 신조어는 중국 가정을 너머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2010년대 초중반, 중국에서는 ‘컨라오쭈(啃老族 캥거루족, 기생 자녀)’라는 말이 유행했다.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의 곁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자녀'를 가리키는 이 말은 취업난 속에서 독립이 늦어지는 사회 현상을 반영했었다. 그렇다면, 최근 생겨난 ‘신형 불효’는 어떤 현상을 말하는 것일까?
 

왕 할머니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둘째를 낳은 아들부부에게 손주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나이가 들어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자녀 양육은 부모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용돈을 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노후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였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중국 매체에서 다룬 '신형 불효'의 대표적 사례다. 아이를 돌봐주는 것은 가족간의 정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이를 빌미 삼아 부모의 노후를 돌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불효’나 다름이 없다는 것. 이처럼 양육과 양로를 조건부로 요구하는 등의 ‘신형 불효’는 안타깝게도 중국 사회에 확산하고 있으며, ‘컨라오쭈’ 보다 부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현지 매체가 정리한 신형 불효의 유형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손주 돌봄 당연시, 육아 관련 의견 묵살

 
조부모가 손주를 맡아 돌보는 경우에도 ‘신형 불효’는 이어진다. 육아관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은 조부모의 육아에 대한 의견을 무시하고 묵살하는 태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대 차이에서 오는 생각의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조부모의 의견을 싫어하고 비난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육아를 자진해 돕는 수고는 뒤로하고, 육아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표하는 자녀에 서운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2. 양로를 가장한 경제적 의존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중국 드라마 〈더우팅하오(都挺好)〉에 등장한 둘째 아들부부가 전형적인 사례다. 늘 부모 옆에 붙어서 안부를 살피지만, 부모를 모시는 데 자신의 시간을 ‘소모’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받기를 바란다.
 
중국 모 프로그램에서 젊은이 2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70%가 주변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중국 사회에 만연한 실태임을 알 수 있다.
 

3. 용돈만 보내면 효도 끝

 
용돈만 송금하면 자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절 부모의 집을 방문하지는 않는 자녀다. 이 유형은 도시에 나와 성공한 농촌 출신 자녀 가운데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밖에 자녀들이 부모를 ‘분리 부양’하는 사례도 있다. '공평한 효도'를 위해 아버지는 첫째가, 어머니는 둘째가 분리해 부양하는 방식이다. 부모의 사생활이나 노년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자녀 유형도 '신종 불효'에 속한다.
[사진 dy.163.com]

[사진 dy.163.com]

 
이처럼 '신형 불효'가 만연한 원인 중 하나는, 중국 당국이 산아 제한 정책을 완화함에 따라 뒤늦게 둘째를 낳는 가족들이 늘어난 배경도 있다. 맞벌이 부부는 조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아이를 돌보기에는 조부모의 나이가 이미 칠순을 훌쩍 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형 불효’를 당하지 않으려면 자녀와 본인의 삶을 분리하고 자녀에 대한 애착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같은 동양 문화권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맞벌이 부부에게 자녀 양육 문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고민거리다. 조부모는 제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이 같은 선택에는 경제적인 현실도 함께 얽혀있다.
 

"기생 자녀보다 '신형 불효' 가 더 가슴 아프다"

 
‘기생 자녀(캥거루족)’라는 단어가 취업난에서 시작된 것처럼, ‘신형 불효’ 역시 맞벌이 부부의 현실에서 시작된 사회 현상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도 생각도 달라졌다. 세대간의 이해와 소통도 필요하겠지만, 맞벌이 부부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제반 환경 역시 시급해 보인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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