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돼지열병부터 손가락만 빨았다, 민통선 주민 "관광 재개" 읍소

중앙일보 2020.06.19 06:00
 
“긴 터널의 끝에 와 있다 여겼는데…. 다시 터널 속에 갇힌 기분입니다. 제한적인 민통선 관광이라고 재개되길 바랍니다.”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내 마을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민통선 마을은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남북 관계 긴장국면, 대북전단 살포 등 4중고에 직면해 생계난에 처해 있다.
 
먼저 ASF로 지난해 10월 2일부터 파주지역 민통선 관광이 중단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6일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접경지역의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탈북자단체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 속에 오는 25일쯤 북으로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리겠다고 예고하고, 경찰이 민통선 바깥 일대에 촘촘히 배치돼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범 운영 중인 임진강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민통선 안팎에 놓인 ‘임진각 평화 곤돌라’. 장진영 기자

시범 운영 중인 임진강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민통선 안팎에 놓인 ‘임진각 평화 곤돌라’. 장진영 기자

 

사면초가 빠진 민통선 관광, 주민들 발 동동

이로 인해 이달 말이면 길었던 민통선 관광 중단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민통선 관광이 물 건너가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당초 이달 말 판문점 견학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이 계획을 연기했다. 이에 파주시도 야심적으로 준비한 민통선 관광의 새로운 명물이 될 ‘곤돌라’ 개장 시기를 연기했다. 시는 앞서 2월 곤돌라 조성을 마쳤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개장을 4월 등으로 몇 차례 연기한 상태에서 민통선 지역에 내리는 않는 방식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시범 운영 중인 임진강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민통선 안팎에 놓인 ‘임진각 평화 곤돌라’. 뉴스1

시범 운영 중인 임진강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민통선 안팎에 놓인 ‘임진각 평화 곤돌라’. 뉴스1

 

파주 ‘임진각 평화 곤돌라’ 개장, 기약 없이 미뤄져  

임진강을 가로질러 남북으로 놓인 ‘임진각 평화 곤돌라’는 총사업비 327억원을 들여 2018년 10월 착공, 올해 1월 말 공사를 마쳤다. 곤돌라는 임진강 남쪽 임진각 관광지와 안보 체험관인 임진강 북쪽 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 간 850m 구간에 조성됐다. 곤돌라 캐빈은 10인용으로 26대가 운행된다. 
 
산림청 헬기가 지난해 10월 4일 경기도 파주시 상공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항공 방역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헬기가 지난해 10월 4일 경기도 파주시 상공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항공 방역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통선 주민, 생계난에 거리 나앉게 생겼다”  

파주시와 민통선 주민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보 관광 중단에 관광객 감소로 상권과 주민 피해가 발생하자 각종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에 안보 관광 재개를 요청해 왔다. 안승면 파주시 관광과장은 “이제는 거리 두기를 전제로 한 민통선 관광 재개를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18일 말했다.  
 
파주 민통선 마을인 해마루촌 조봉연 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은 “DMZ 관광, 시티투어, 임진강 생태탐방 등의 안보관광이 9개월째 중단되는 바람에 관광객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민통선 주민들이 심각한 생계난에 처해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관광객이 논밭에는 들어가지 않는 민통선 관광을 무조건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