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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진 등교에 피가 마른다···학교서 직장으로 '헌혈차 유턴'

중앙일보 2020.06.19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적십자사의 단체 헌혈 차량이 직장과 단체로 몰리고 있다. 참여도가 높은 고등학교에서 단체 헌혈이 혈액 수급에 큰 비중을 차지했왔지만, 미뤄진 등교와 혹시나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3월부터 고교 전학년 등교까지 광주·전남 단체헌혈 '0'
참여도 높은 고교 단체 헌혈 줄자 혈액 보유량 위험
지난해 대비 직장 등 단체헌혈자 5000여 명 늘어나

 

등교 연기에 고교생 단체 헌혈 '0'

 
지난 15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혈액 보관 저온창고가 혈액 수급 부족으로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5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혈액 보관 저온창고가 혈액 수급 부족으로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8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부터 지난 3일 고등학생 전 학년 등교가 이뤄질 때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남 소재 고교생의 단체 헌혈은 없었다. 코로나19가 찾아오기 전인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광주·전남에서 131개교 1만1474명 학생이 헌혈에 참여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2일이었던 개학이 고등학교 3학년 5월 20일, 고등학교 2학년 5월 26일, 고등학교 1학년은 지난 3일로 미뤄지면서 단체 헌혈이 불가능했다. 3월부터 지난 3일까지 학교에 출근한 교직원을 상대로 15개교에서 162명만 제한적으로 단체 헌혈이 이뤄졌다.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대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36개 학교에서 5318명이 단체 헌혈에 동참했지만,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9개교에서 193명만 단체 헌혈에 참여했다. 지난 2019년 1~6월까지 광주·전남에서 9만3433명이 헌혈했었다. 이중 고교와 대학에서만 1만6000여 명분의 헌혈이 줄었다.

 

단체 헌혈 줄자 혈액 적정량도 위험

 
단체 헌혈이 줄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5일 기준 광주·전남혈액원의 혈액 보유량은 4.8일분으로 적정재고량인 5일분에 못 미친다. 수치상으로는 심각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광주·전남혈액원은 단체 헌혈이 줄어 지속적인 헌혈 수급이 불가능한 위급상황으로 본다.

광주광역시 태권도 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앞에서 단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태권도 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앞에서 단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일반인 개인 헌혈도 지난해 1~6월 6만4830명에서 올해 1~6월 6만1903명으로 줄어 지속적인 헌혈 수급은 더 어렵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단체 헌혈이 불가능해 혈액수급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반인들이 헌혈의 집을 찾는 횟수도 줄어 혈액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고 했다.

 

"직장 헌혈 아니었으면 혈액 대란"

 
혈액원 관계자는 "직장 헌혈이 늘지 않았다면 혈액 대란이 올 수도 있었다"며 "이용 가능한 혈액원의 헌혈 차량이 직장과 협회만 찾아다니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단체 헌혈이 불가능해지자 혈액 수급을 위해 직장과 협회 등의 단체 헌혈 비중을 늘린 것이다.
지난 15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직원이 혈청 검체를 분리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br〉

지난 15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직원이 혈청 검체를 분리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br〉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광주·전남 지역 직장 등 일반단체 헌혈은 222곳에서 7465명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28곳에서 1만2360명으로 지난해 대비 65%(4895명) 늘었다. 군부대에서 단체 헌혈도 지난해 1~6월 4011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6235명으로 35%(2224명) 늘었다.
 
혈액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고교나 대학교에서 단체 헌혈이 계속 불가능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혈액원 관계자는 "고교 등 학교에서 단체 헌혈 불가는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며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헌혈이 늘지 않으면 혈액 수급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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