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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종 "강도·성폭행 없었다" 반복···퇴정땐 방청석 노려봤다

중앙일보 2020.06.19 05:00
최신종. [사진 전북경찰청]

최신종. [사진 전북경찰청]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강도와 강간 혐의는 부인합니다."

전주지법서 1차 사건 1심 첫 공판
아내 지인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최신종, 살인·사체유기 혐의만 인정

변호인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 주장
검찰 "부산 여성 살해 사건 추가 기소"

 
 18일 오후 3시 전주지법 301호 법정. 지난 4월 아내와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신종(31)에 대한 1심 첫 공판이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 김유랑) 심리로 열렸다. 최신종 측 변호인은 일부 혐의를 부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베이지색 수의를 입은 최신종은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나타났다.
 
 퀵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던 최신종은 지난 4월 14일 오후 10시 45분쯤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아내 지인 A씨(34·여)를 승용차에 태운 뒤 성폭행하고, 82만원 상당의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다음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튿날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천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천만원의 빚을 진 피고인(최신종)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범행 당일) 본사 공금마저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자 피해자(A씨)의 금품을 빼앗고 강간할 마음을 먹었다"고 봤다. 이에 최신종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와 일정 부분 밀접한 관계였고, 일반 전화가 아닌 보이스톡(메신저 응용 프로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신종이 A씨와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맺었고, 모바일 뱅킹으로 이체받은 48만원도 억지로 빼앗지 않았다는 취지다. 
 
지난 4월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한 천변에서 같은 달 14일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한 천변에서 같은 달 14일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측은 "최신종에 대해 곧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신종은 A씨를 살해하고 나흘 뒤인 지난 4월 18일 자정 무렵 전주 한옥마을 부근 본인 승용차 안에서 부산에서 온 B씨(29·여)의 현금 19만원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다음 목 졸라 살해한 후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됐다. 최신종은 랜덤 채팅 앱(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B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최신종이 집행유예 기간에 A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최신종은 2012년 공익근무요원 시절 "헤어지자"는 당시 여자 친구를 차에 태워 6시간 동안 감금·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전주지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김제 한 마트에서 2100만원을 훔친 혐의로 같은 법원에서 징역 6개월을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앞서 면한 형기까지 추가돼 수년간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다.
 
 검찰 측은 이날 "추가 기소 사건은 피고인이 약물 영향으로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해 제반 사정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약물 과다 복용'을 주장하는 최신종에 대해 "심신 미약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을 부각해 감형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지난 4월 18일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서 실종된 20대 부산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지난 4월 18일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서 실종된 20대 부산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경찰은 지난달 25일 최신종 부부가 다닌 병원·약국 11곳을 압수수색해 진료 기록 등을 확보했다. "아내가 처방받은 우울증 약을 먹어 범행 당시 기억이 흐릿하다"는 최신종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신종의 아내는 지난 4월 17일 "남편이 약물 과다 복용 증세를 보인다"며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막상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최신종은 병원 이송을 완강히 거부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참고인 조사에서 "(최신종이) 약간 술을 먹은 사람처럼 얘기했다. 혈압이나 맥박을 체크했는데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신종은 119구급대가 출동한 다음 날 부산에서 온 B씨를 살해했다.
 
 최신종의 아내는 1차 경찰 조사에서는 "내 (우울증) 약이 없어지지 않았다"고 했다가 2차 조사에서는 "남편이 내 약을 먹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최신종은) 염좌 등 발목과 손목이 삐어 병원에 간 흔적은 있어도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야 할 병명은 없었다"고 했다. 
 
 최신종은 경찰에서 "(피해자 2명과) 작은 다툼이 있었는데, 나를 무시하고 훈계하는 말투가 나와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한달수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최신종이 8000만원가량의 도박 빚이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금품을 강취할 목적 외에도 대화 중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추가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신종과 최근 1년간 통화한 1148명과 미귀가자 180명 등에 대해 범죄 연관성을 조사했으나 모두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성폭력·강도·감금 등 미제 사건과 최신종의 연관성도 살펴봤지만, 특이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날 재판은 20분 만에 끝났다. 재판 중간중간 재판장과 검찰 쪽만 바라보던 최신종은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 쪽을 노려보듯 쳐다본 후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장은 "다음 기일에 추가 기소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증인 신문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다음 재판을 다음 달 14일 오후 2시로 잡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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