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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시행령 정치’ 탄력받나, 대법 1표차 판결이 던진 질문

중앙일보 2020.06.19 05:00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시행령의 범위를 다소 폭넓게 인정한 1표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 문제를 두고 13명의 대법관은 수개월간 격론을 벌였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7명의 대법관이 18일 특수관계인간 주식매매시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시행령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첫번째 판례를 만들었다. 
 

양도소득세 시행령 두고 대법관들 격론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근거로 최대주주간 주식거래시 거래자의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20~30%의 할증을 붙이는 현행 소득세 시행령을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주심인 권순일 대법관을 포함한 6명의 대법관은 "조세법률주의와 평등주의에 어긋나는 판결"이라며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통한 위임 입법으로의 도피"라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시행령의 한계에 대한 대법원의 중요한 판결이지만, 1표차 결정이라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작은 창업주 일가의 블록딜 거래 

사건의 시작은 2011년 10월 A주식회사 창업주 일가의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일가였던 이모씨는 자신의 형에게 A회사 주식 11만 6022주를 당일 종가였던 주당 6만 5500원에 팔았다. 이 거래를 통해 이씨의 형은 A회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주식을 판 이씨는 이듬해 2월 매매대금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관한 소득세 시행령에 따라 이씨에게 추가 세금을 요구했다. 해당 시행령에 따르면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상장주식 거래시 거래일 전후 2개월의 종가 평균에다 할증률을 가산해 양도가액을 신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종가 평균은 6만 4151원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씨가 최대주주와 거래를 했기에 지분율에 따른 할증율 30%가 더해져 주당 가격이 8만 3396원으로 올라갔다. 세금이 확 늘어난 것이다. 
 
이 판결 반대의견에 섰던 권순일 대법관의 모습. [연합뉴스]

이 판결 반대의견에 섰던 권순일 대법관의 모습. [연합뉴스]

이 세금은 법률에 근거했나, 논쟁의 시작 

여기서부터 논쟁이 시작됐다. 이씨는 이 소득세법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시행령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세금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이 시행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2016년 6월 대법원에 오기 전까지 1·2심은 해당 시행령이 법률이 위임한 권한과 범위를 일탈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씨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다수의견에 선 대법관들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며 "시행령이 법률의 위임을 벗어났거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시행령 조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근거하는데, 특수관계인간 주식 거래는 조세회피 가능성을 막기 위해 상속세 관련 시행령이 적용된 것이라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최대주주의 거래시 할증율을 부과한 것은 "최대주주의 주식이 경영권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일률적으로 할증 평가를 하는 것은 법이 시행령에 위임한 합리적 재량내에 있다"고 봤다. 다수 의견에는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이기택·박정화·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이 섰다. 
각 정부별 법률·대통령령·총리령 등의 공포 건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br〉〈br〉〈br〉

각 정부별 법률·대통령령·총리령 등의 공포 건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br〉〈br〉〈br〉

반대 의견 "시민의 자유와 재산권 위태로워져" 

반면 반대의견에 선 6명의 대법관들은 "양도소득세의 기준이 되는 양도가액은 국민 납세에 관한 본질적 사안"이라며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국회가 법률로 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반박했다.  
 
판결문에서도 "국회가 법률로 직접 규율하여야 할 사항을 행정입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입법권의 침해"라며 "이를 바로잡는 것은 법원의 책무인데, 이런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 시민의 자유와 재산권이 위태롭게 된다"고 주장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반대의견에 선 대법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의견엔 주심인 권순일 대법관과 박상옥·김재형‧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이 섰다.
 
이번 사건은 2016년 6월 대법원에 올라온 이후 4년 가까이 논쟁이 지속됐다. 애초 2016년 10월에 선고기일이 예정됐지만 연기됐다. 이후 다시 법리 검토에 들어갔고, 지난해 11월 대법원 1부에서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갔다. 이후 다수의견과 반대 의견의 결론이 바뀔 정도로 대법관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재판장인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의 의견이 6:6으로 팽팽히 갈렸다. 캐스팅보트를 쥔 김 대법원장이 손을 들어준 쪽이 다수 의견이 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 현직 고위 법관은 "지난 국회에서 현 정부가 국회를 패싱하고 '시행령 정치'를 하지 않았냐"며 "이번 판결이 시행령 정치의 새로운 문을 열어준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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