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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카운터어택] 김연경 계약이 던진 숙제

중앙일보 2020.06.19 00:26 종합 26면 지면보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예년 같으면 이렇다 할 배구 뉴스가 없을 시기다. 올해는 달랐다. 김연경이 11년간의 해외생활을 접고 돌아왔다. 몇 주 전부터 복귀설이 돌았다. 결국 6일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개인적으로 복귀 가능성 없다고 봤다. 결국 틀렸다. 그래도 한번 따져보자. 2009년 김연경은 임대 선수로 해외(일본)에 나갔다. 터키, 중국 팀을 거쳤다. 완전 이적이 아니었다. 보류권(선수에 대한 구단의 계약 독점권)을 가진 흥국생명을 통해서만 돌아올 수 있다. 흥국생명은 4월에 자유계약선수(FA) 이재영, 다영 자매와 계약했다. 연봉(이하 옵션 포함)이 각각 6억원, 4억원이다. 여자배구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이 23억원(17억원+옵션)이다. 해외에서 연봉 17억~22억원(추정)을 받던 김연경에게 줄 수 있는 최대 연봉은 6억5000만원이다. 그 돈과 이재영, 다영 자매 연봉(10억원)을 빼면. 흥국생명 나머지 선수 14명은 6억5000만원을 나눠 가져야 한다. 동료부터 챙기는 김연경이 수용할 만한 조건이 아니다. 그래서 안 온다고 봤다. 논리적이지 않은가.
 
10일 입단식에서 등번호를 가리키는 김연경 선수. 정시종 기자

10일 입단식에서 등번호를 가리키는 김연경 선수. 정시종 기자

허를 찔렸다. 김연경이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연봉은 ‘단돈’ 3억5000만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의 배경을 김연경이 설명했다. ▶해외리그 재개가 불투명한데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위해 경기력 유지가 필요하고 ▶후배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해서라고. 계약 직후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럴 만하지 않은가. 국가대표 주전 세터(이다영)와 공격수(김연경, 이재영)가 한 팀이다.
 
이번 계약은 샐러리캡 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샐러리캡 제도는 1984년 미국 프로농구(NBA)가 처음 시행했다. 다른 종목이나 리그에서 군비 경쟁을 펼치다 공멸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대개 실력이 빼어난 선수는 연봉이 많다. 샐러리캡은 특정 팀이 이런 선수를 독식하지 못하게 한다. 뻔한 승부가 사라지고,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진다. 반례가 필요하다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남자배구 삼성화재 독주시대를 떠올려 보라.
 
최근 여자배구는 실내 스포츠 중 성별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최고 인기다. 그런데 어느 날, 20억원 짜리 선수가 3억5000만원만 받겠다며 나타났다. 선의였다. 그 선의가 특정 팀 독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 리그가 활력을 잃는다면. 김연경 계약은 한국배구연맹(KOVO)에 숙제를 던졌다.
 
하나만 더. 연봉 또는 상금에서 성차별하던 종목이 그 격차를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다. 차별의 근거는 (TV 시청률 등으로 측정되는) 인기 차이다. 프로배구의 다음 시즌 샐러리캡은 남자 26억원, 여자 23억원이다. 이 차이는 앞의 근거로 설명이 안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KOVO가 숙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장혜수 스포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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