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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디지털세 검토한다는데…미국·EU 협상은 결렬

중앙일보 2020.06.19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창립자의 가면을 쓴 한 유럽 시민이 페이스북에게도 EU 국가들이 과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위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창립자의 가면을 쓴 한 유럽 시민이 페이스북에게도 EU 국가들이 과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위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세금’ 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은 당초 올해 6월까지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지난해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국가에 대규모 보복관세를 물리는 식의 글로벌 ‘세금 전쟁’ 전운이 돌고 있다.
 

미 재무, 유럽6국에 ‘협상교착’ 편지
FT “므누신 협상장 박차고 나갔다”
보복관세 ‘글로벌 세금전쟁’ 전운
삼성·LG 등 국내기업 불똥 튈 수도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 등은 17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주 EU 회원국 중 프랑스 등 6개국의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협상의 교착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므누신 장관이 디지털세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표현을 썼다.
 
디지털세는 수년간 미국과 EU 간의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에 본사를 뒀지만 세계 각국에서 영업 중인 디지털 거대 기업인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이 과세 대상이다. 요지는 이 기업들이 EU에서 회원국 국민으로부터 막대한 영업 및 광고 매출을 올리면서도, 정작 세금은 본사가 있는 미국에만 내는 상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한국의 ‘구글세’ 논란과 결이 같다. EU 중에서도 아일랜드 등은 반대하지만 프랑스·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 도입 주장이 강하다.
 
므누신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서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동안에는 협상을 보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방점은 관세 보복 가능성에 찍혔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은 디지털 서비스 세금과 그와 유사한 일방적인 조처들에 늘 반대해왔다”면서 “이전에도 반복해 언급했듯이 만약 세금 징수를 하거나 이같은 세제를 적용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미국은 그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뉴스1]

홍남기. [뉴스1]

프랑스와 미국은 실제로 디지털세 관련 보복전에 돌입한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는 2500만 유로 이상의 이익을 거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연 총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한다는 법안을 의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 와인·치즈·화장품에 보복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반발했고, 프랑스는 “세금 부과를 1년간 유예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해 주요 EU 국가는 디지털세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실제 올초 미국은 영국이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영국산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재정 적자가 심해진 영국은 지난 4월부터 디지털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디지털세 이견을 봉합하며 주요국의 세제 조율을 추진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논의 역시 불투명해졌다. 이는 삼성·LG 등 세계 각국이 무대인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강 대 강’ 대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아마존·구글·페이스북과 같이 당초 타깃이 됐던 기업 외에도 과세 대상이 넓어질 수 있어서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당장 국내 글로벌 제조기업에서 거두던 세금 일부를 다른 나라와 나눠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세수가 덜 걷히게 된다. 대신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과세권을 갖게 된다. 세수 증감 여부는 별도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에 출석해 “OECD나 주요 20개국(G20)의 디지털세 부과 논의에 한국 정부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국가 이익의 균형을 따져가며 국익이 최대한 확보·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세 부과가 새로운 형태로서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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