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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할머니 지원금까지?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히 수사해 달라

중앙일보 2020.06.19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 쉼터에 머물러 온 길원옥 할머니 통장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동안 정의연이 후원금 회계를 누락하고 안성 쉼터를 고가에 매입했다는 등 수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이번엔 할머니에게 지급된 돈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의혹은 길 할머니가 갓난아이 때부터 입양해 키운 황선희 목사 부부로부터 나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 대상자인 길 할머니의 통장에는 매달 350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입금된다. 이 통장을 정의연과 쉼터 측이 관리해 가족들은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 지난 1일 황 목사 부부가 쉼터를 방문해 통장 내용을 확인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뭉칫돈 인출 정말 할머니 뜻인지 의문
유언장 작성 강요 없었는지도 밝혀져야

황 목사의 부인 조모씨는 통장에서 돈이 모두 빠져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번에 2000만원, 400만원, 500만원 등 뭉칫돈으로 인출됐다. 사용처를 묻자 쉼터를 관리해 온 고 손영미 소장은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고, 할머니가 다 썼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씨가 통장에서 본 송금 대상은 미디어몽구나 통일뉴스 등이었다. 정의연 측이 할머니 돈을 빼내 진보 진영의 ‘물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돈이 인출된 시점도 눈에 띈다. 황 목사는 2018년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여 말을 못 한다”고 밝혔다. 조씨에 따르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시점도 이 무렵부터라고 한다. 2017년에는 위안부 합의금 대신 국민 성금으로 조성한 1억원이 길 할머니에게 전달됐다. 할머니는 이 중 1000만원을 가족에게 줬고 정의연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그해 기부자 명단에는 길 할머니 이름이 없었다. 지난해 만들었다는 할머니의 동영상 유언장의 진정성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 유언장에는 “저와 관련한 모든 일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명백하게 해명하라는 독촉을 받은 손 소장은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종적으로 사실관계를 소명할 의무가 있는 윤미향 의원도 외면하고 있다. 이 역시 검찰이 강제수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16일 황 목사 부부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어제는 한 시민단체가 대검에 수사의뢰서를 냈다.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가 나온 지 벌써 6주, 검찰이 정의연과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한 지도 4주가 지났다. 그동안 검찰 조사로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의혹의 고리인 윤 의원을 직접 소환조사하는 것은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검찰은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달라. 모든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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