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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워싱턴 도착한 날, 트럼프는 대북 제재 연장

중앙일보 2020.06.19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이도훈. [연합뉴스]

이도훈. [연합뉴스]

남북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긴급히 방미길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취재진과 만났지만 “지금은 말하면 안 된다.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김여정 “상전 눈치” 비난한 뒤 방미
청와대 “특사 아니다” 이례적 해명
비건 만나 ‘북 도발’ 대응 협의할 듯
이 “지금은 말하면 안된다” 공항 떠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지속적인 행위와 정책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정책, 국가 경제에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1년씩 연장했다. 대북제재 이탈을 요구하는 북한의 대남 폭파 시위에도 불구하고 제재 완화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본부장의 방미는 조용히 이뤄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상전(미국)의 눈치나 본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다. 김 제1부부장은 특히 “북남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워킹그룹)이라는 것을 받아물고 북남 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쳤다”며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직접 거론했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주도하는 한국 측 인사가 이 본부장이고,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다. 이 본부장은 금명간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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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이 본부장 방미를 놓고 ‘로키 모드’로 움직였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도발 위협 이후 한·미는 양국 협의를 철저히 비공개에 부친 뒤 메시지를 조율해 왔다. 미 국무부가 17일(현지시간) “미국은 남북관계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완전히(fully) 지지하며, 북한에 추가적인 비생산적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일부 언론이 이 본부장의 방미를 ‘특사 성격’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해명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출입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래전 계획된 일정에 따라 방문한 것”이라며 “특사로 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방미의 성격과 급을 굳이 완화하는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통지문과 관보 게재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대북제재 행정명령 6건을 1년씩 연장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지문에서 북한이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인 근거로 무기용 핵분열 물질의 존재 및 확산, 핵·미사일 프로그램 추구, 정권의 억압적인 행동과 조치 등을 지목했다. 대북 행정명령은 근거 법률인 미 국가비상조치법(NEA)의 일몰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효력을 연장하고자 할 경우 1년마다 의회에 통지하고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매년 하는 정례 조치지만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물리적 위협에 돌입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을 향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함께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놓고 중국과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16~17일 미국 하와이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회담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참석했다. 미·중 대화에 북한 문제도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이유정·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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