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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경련과 스터디" 민주당서 나온 제안, 지도부가 '킬'

중앙일보 2020.06.18 16:45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앞 2016년 모습. 중앙포토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앞 2016년 모습.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함께 하는 경제 스터디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 제안은 원내대표단 등 지도부의 반려로 무산됐지만, ‘21대 국회에서 여당과 전경련의 관계 회복 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재계에서 나온다.
 
이 같은 제안을 한 사람은 경제대변인을 맡은 홍성국(세종 갑) 의원이다. 홍 의원은 '우리 당에서 경제 공부 모임을 만들자. 전경련도 함께 하는 모임으로 만들어 다양한 의견을 듣자'는 취지로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렇지만 ‘아직은 전경련과 함께 뭔가를 도모할 때가 아니다’는 당내 의견이 더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2014~2016년 미래에셋대우(전 KDB대우증권) 사장을 지내면서 전경련 관계자들과 교류를 해왔다고 한다. 홍 의원과 전경련 중 어느 쪽에서 먼저 이런 제안을 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이에 대한 당내 논의는 백지화된 상태다.
 
홍 의원과 전경련은 이번 일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스터디 모임과 관련해 홍 의원 측과 이야기한 적은 있는데 진지하게 논의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현재도 전경련과 그런 모임을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다만 이번 논의가 다시 살아나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직접 전달되는 창구가 생겼으면 하는 게 재계의 기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당에서도 각종 규제에 대한 부당성을 설명하면 이해하고 수긍할 의원들이 많다고 본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여당과 대화의 창구가 열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과 전경련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진 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계기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의 지시로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모금을 주도하고,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 등이 불거지면서다.
 
이후 그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전경련은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고,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대자동차ㆍSK 등 4대 기업의 탈퇴가 이어졌다. 이밖에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도 전경련을 떠났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나온 대기업 회장단. 중앙포토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나온 대기업 회장단. 중앙포토

주요 회원사가 떠나면서 전경련의 회비 수익은 종전(연 400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최순실 사태 이전보다 직원 100여명이 줄어든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경련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대사 등을 초청해 우리 기업의 숙원 사항을 전달하는 등 나름의 할 일은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정부ㆍ여당에선 전경련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짙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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