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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스쿨존 사고 고의성 있어"…민식이법 보다 형량 높인다

중앙일보 2020.06.18 14:26
경북 경주의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초등학생을 차로 친 운전자에게 경찰이 ‘민식이법’보다 형량이 무거워질 수 있는 특수상해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초등생 차로 친 40대 운전자
국과수, 현장 검증 결과 '고의성 있다' 결론
경찰,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방침

 18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번의 현장검증을 통해 ‘추돌 사고 때 운전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운전자 A씨(41)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1시38분쯤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9세 남자 초등생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곳은 초등학교에서 180m가량 떨어진 스쿨존이었다. 
 
 차에서 내린 가해 차량 운전자는 곧바로 119 등에 신고하지 않고 피해 아동과 대화를 나눴다. 대신 사고 목격자가 119에 신고했고, 피해 아동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사고로 초등생이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이 사고가 사회적 관심사가 된 건 피해 초등생의 가족이 가해 차량의 고의성을 주장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초등생의 가족은 아이가 놀이터에서 운전자 A씨의 딸(5)과 다퉜고, A씨가 ‘딸을 때려놓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차를 타고 200m를 쫓아가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초등생의 가족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사고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을 보면 골목길에서 우회전해 들어오는 자전거를 A씨의 차가 따라오다 자전거에 탄 아동을 들이받는 모습이 나온다. 사고로 피해 초등생이 길에 넘어진 뒤에도 차량은 조금 더 직진해 무언가를 밟은 듯 덜컹거린다.
 
 피해 아동의 가족은 “혹시 무언가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면 급브레이크를 밟게 된다”며 “하지만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딸을 괴롭힌 아이에게 화가 나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주장이다.  
 
 경주경찰서는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합동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수사해왔다. A씨는 그동안 “고의적으로 아동을 친 건 아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국과수는 지난 9일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가 초등생을 추돌하던 장면을 재현해 고의성이 있는지 따져보기도 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고의성’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운전자에게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 또는 특수상해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고의성이 있으면 특수상해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민식이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컸다.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와 논의 결과 사고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됐다”며 “이에 따라 민식이법보다 무거운 특수상해죄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식이법에서는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상해를 입혔다면 500만∼3000만원의 벌금이나 1∼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운전자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민식이법을 적용받을 경우 벌금형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수상해는 벌금형 없이 1~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경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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