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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교부가 엄호 나섰다···미·중 신냉전 기폭제 된 '멍의 전쟁'

중앙일보 2020.06.17 05:00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이 지난해 가택연금 중 법원에 출두하며 밝게 웃고 있다. 전자발찌를 드러낸 여유로운 모습이다. 착용한 명품 구두 가격은 750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AFP=연합뉴스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이 지난해 가택연금 중 법원에 출두하며 밝게 웃고 있다. 전자발찌를 드러낸 여유로운 모습이다. 착용한 명품 구두 가격은 750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AFP=연합뉴스

 
중국 최대 정보통신(IT) 기업 화웨이를 맨손으로 일궈낸 런정페이(任正非ㆍ76) 회장에겐 금지옥엽 딸이 둘이다. 장녀 멍완저우(孟晚舟ㆍ48)는 첫째부인, 차녀 야오안나(姚安娜ㆍ22)는 둘째 부인 사이에서 낳았다. 두 딸 모두 부인의 성(姓)을 따랐다. 아들은 첫 부인 사이에서 낳은 멍핑(孟平ㆍ45)이 있다. ‘딸 바보’로 유명한 런 회장은 큰딸 멍완저우에게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맡겼는데, 그가 악화일로에 있는 미ㆍ중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멍 부회장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의 범죄인 신분 송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송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6일 외교부까지 나서서 멍 부회장 엄호에 나섰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1일(현지시간) 멕시코로 이동하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를 경유하던 중 체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나는 정상회담 당일이었던 터라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몰랐다”고 반응했지만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측이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격앙했다. “선전포고”(중국 환구시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멍 부회장은 이후 가택연금 중이며, 외출 시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다.  
 
멍 부회장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달 27일 관할 법원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대법원이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 재판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캐나다 법무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올 연말 멍 부회장의 사기죄 등의 증거가 범죄인 인도조약 규정에 충족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변론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사진은 2015년 런던에서 런정페이가 시진핑에 제품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사진은 2015년 런던에서 런정페이가 시진핑에 제품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멍 부회장 측은 반발했다. 멍 부회장의 변호인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캐나다 법원에 극도로 부정확한 증거를 제공해 나를 범죄인으로 (미국에) 인도해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 내용이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도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공범 역할을 했다”며 “이번 사안은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과 화웨이를 고의로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멍완저우 여사를 즉각 석방하고 그가 중국으로 안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화웨이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는 과정에서 멍 부회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의 위장회사인 스카이콤테크와 미국내 화웨이 자회사인 화웨이디바이스USA가 이란과 거래를 하면서 그 내용을 의도적으로 은닉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멍 부회장이 HSBC 은행 측에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제시했던 파워포인트 자료에 이란과의 거래내용 관련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
 
멍 부회장이 실제로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금융 범죄를 엄격히 다루는 미국 사법 관행 상 은행 사기 등 13건의 혐의에 대해 상당한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이미 "선전포고"(관영 환구시보)라는 반응을 내놓았던 중국도 무역합의 등 보복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홍콩에 이어 화웨이 멍 부회장이 양국 신냉전의 또다른 기폭제가 되는 셈이다.  
  
멍완저우 부회장이 지난 1월에 노출한 전자발찌 모습. AFP=연합뉴스

멍완저우 부회장이 지난 1월에 노출한 전자발찌 모습. AFP=연합뉴스

 
런 회장 역시 배짱 두둑한 모습을 노출해왔다. 지난해 12월 CNN에 출연한 런 회장은 딸의 가택연금 상황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며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은 이어 “멍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의 무역분쟁 와중에 끼어있는 작은 개미”라며 “이번 시련은 딸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이며, 내 딸은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평소 미디어 노출을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멍 부회장의 연금이 1년간 지속되면서 일종의 ‘응원’ 성격으로 인터뷰를 한 셈이다.
 
2018년 파리스 매치 잡지 인터뷰 기사. 왼쪽부터 런 회장, 둘째 딸 야오 안나, 둘째 부인 야오 링. [파리스 매치 캡처]

2018년 파리스 매치 잡지 인터뷰 기사. 왼쪽부터 런 회장, 둘째 딸 야오 안나, 둘째 부인 야오 링. [파리스 매치 캡처]

런 회장은 앞서 둘째 딸 야오 안나(영어 이름 애너벨 야오)의 요청에 프랑스의 유명 잡지 ‘파리스 매치(Paris Match)’에 6면 특집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2018년, 야오 안나가 프랑스의 유명 무도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발레리나를 꿈꿨던 둘째 딸은 재능 부족으로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을 택했다고 파리스 매치는 보도했다. 당시 파리스 매치는 야오 안나에 대해 “중국의 통신 황제의 딸”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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