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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나타나 소방관 딸 유족급여 1억 챙긴 생모…법원 “양육비 7700만원 내라”

중앙일보 2020.06.17 00:03 19면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가량을 타간 생모에 대해 두 딸을 홀로 키운 전남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전북판 구하라 사건’ 양육비 소송
법원 “자녀 양육은 부모 공동책임”

16일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따르면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순직한 소방관 딸의 친부인 A씨(63)가 전 부인 B씨(65)를 상대로 제기한 두 딸에 대한 양육비 청구소송에서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며 “상대방(생모)은 두 딸의 어머니로서 청구인(전남편)이 딸들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 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두 딸에 관한 과거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구인(A씨)이 이혼 무렵부터 두 딸을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전 부인)은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판결이다.
 
앞서 전북 전주에 사는 A씨는 지난 1월 “장례식장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전 부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83년 1월 결혼한 A씨 부부는 1988년 3월 협의 이혼했다. 당시 각각 5살, 2살이던 두 딸은 A씨가 노점상을 하며 키웠다. A씨 소송은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던 작은딸(당시 32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순직이 인정된다”며 A씨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법적 상속인’이자 친모인 B씨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B씨가 받은 유족급여 등은 A씨가 수령한 금액과 비슷한 약 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는다.
 
이에 분노한 A씨와 큰딸(37)은 양육비 소송으로 맞섰다. 둘이 합쳐 총 1억1100만원을 청구했다. 반면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전남편은 이혼 후 딸들에 대한 접근을 막고, 딸들이 엄마를 찾으면 딸들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번 사건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친오빠 구호인씨는 지난 3월 “부양의무를 저버린 친모는 동생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일명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올려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20대 국회에서의 처리는 불발됐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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