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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하노이 수모…그날의 분노가 '판문점 선언' 폭파시켰다

중앙일보 2020.06.16 23:24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1년 9개월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북한 16일 오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가 공식 확인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시간은 16일 오후 2시 49분이었다. 오후 3시 40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무소에 공급했던 전기마저 차단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16일 오후 통일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북측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폭파 직후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과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이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2018년 판문점 선언의 위반이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 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라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도발성 발언에 대응을 자제했던 정부가 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판문점 선언의 결실…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찬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개성지역에 남북이 상시로 연락할 수 있는 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후속 고위급회담에서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기로 결정, 건립과 개보수에 약 168억원을 들여 4층 건물이 들어선 것이 바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다. 2018년 9월 14일 열린 개소식에는 남북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서명자로 참석,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초대 소장은 남측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맡았다. 남북 소장은 연락사무소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주 1회 열리는 정례 회의와 필요한 협의 등을 진행하며 상시 교섭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교섭 및 연락, 당국 간 회담 및 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의 기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남과 북이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듯, 남북 간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교류 협력의 장소가 생기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연락사무소는 북한의 '불만 표시' 수단으로 변질됐다.  
 
실제 그해 3월 22일 북한은 '상부의 지시'라는 이유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 인원들을 전원 철수시켰다. 사흘 만인 3월 25일 일부 인원을 복귀시켰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의 볼모가 돼버린 순간이었다.  
 
올해 1월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남측 인력이 철수한 뒤, 하루 두 차례씩 전화 연락을 하는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을 문제 삼아 지난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완전히 차단ㆍ폐기한다고 밝히면서 사무소는 건물만 유지되고 있었다. 실제 북한은 이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의 통화와 서해ㆍ동해지구 군 통신선, 함정 간 국제상선 통신망 등을 이용한 통화 등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김여정 경고 사흘만에 폭파…"최악의 상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연합뉴스

지난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사흘 만에 실제 폭파에 감행한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락사무소는 일종의 상설 연락망으로, 통신의 기능을 넘어 남북이 상시로 연락할 수 있도록 이를 제도화하려던 곳"이라며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금도 최소한의 형태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단절하고 폭파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서 분단 이래 남북관계가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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