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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인종차별에 찢겨진 미국…'미국인 자부심' 20년만에 최저

중앙일보 2020.06.16 19:07
 
2016년 6월 1일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2016년 6월 1일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강대국' 답게 미국인들이 자국에 느끼는 자부심, 애국심은 유별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위기상황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최근 이 자부심이 흔들리는 조짐이 뚜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다 인종차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인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인인 것 자랑스러워" 63%
지난해 비해 7%P 급락
2001년 조사 이래 역대 최저치

 
갤럽에 따르면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성인 103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만이 미국 국민이라는 것이 ‘극도로(Extremely)’ 또는 ‘매우(Very)’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갤럽이 이 여론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에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의 비율은 한때는 92%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인 자부심 하락세

미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답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내리막이었다. 오바마 정부 말미 81%였던 이 비율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75%로 내려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과는 다른 결과다.
 
2020년 2월 28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유세장에 모였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2월 28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유세장에 모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현상에는 정치적 양극화도 한몫했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 ‘미국인으로서 극도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68%(2016년)에서 76%(2019년)까지 증가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선 45%(2016년)에서 22%(2019년)까지 급감했다. 
 

◇올해 '7% 뚝', 공화당 지지자도 마음 바꿔

올 들어선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흔들리는 양상이다. ‘미국인으로서 극도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응답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76%(2019년)에서 67%(2020년)로 하락 반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현지 언론들은 이번 조사결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4월 실업률이 대공황 이후 최대치인 14.7%를 기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4월 실업률이 대공황 이후 최대치인 14.7%를 기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내 사망자는 11만 명을 넘어섰고, 4월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고치인 14.7%까지 치솟았다. 2월까지만 해도 3.5% 실업률로 완전고용 수준이었던 일자리 시장이 한순간에 망가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재개를 서두르지만 코로나19의 '2차 확산' 조짐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5월 중순 이전에 경제활동을 재개한 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가운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가운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도 미국인들의 자부심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역으로 시위가 번지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국민 통합보다는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미국 국민 10명 중 8명은 현재 미국 내 상황이 ‘통제불능(out of control)’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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