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르포] "北으름장 예사롭지 않다"···연천군 민통선 주민들 긴장

중앙일보 2020.06.16 15:52
 
16일 낮 12시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지역 마을. 주민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북한군이 남북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하고 남쪽을 향해 삐라(전단)를 살포하겠다고 예고하자 식당을 찾은 주민들은 TV 뉴스를 주시했다. 한 주민은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은 이후 지난 9일 실제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등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차단한 데 이어 새로 취한 조치여서 예사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 우려스럽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연천군 민통선 내 생태공원 임진강평화습지원 이광길 소장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수년 만에 남쪽으로 다시 삐라를 뿌리게 되면 우리도 북쪽으로 삐라를 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가피해지게 되고 이 경우 남북 간 접경지역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며 "남북 간 긴장 상황이 예전으로 돌아가나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단행했던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조처를 뒤엎고 다시 비무장지대(DMZ) 내에 감시초소를 설치하게 되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총탄 흔적이 보존된 모습. 전익진 기자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총탄 흔적이 보존된 모습. 전익진 기자

 
이날 중면 초소 인근 중면행정복지센터에는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방문, 6년 전 북한군이 남으로 쏜 총탄 흔적을 살펴봤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드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이 면사무소 옆 지하대피소로 긴급대피하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긴박하게 대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16일 낮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초소. 전익진 기자

16일 낮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초소. 전익진 기자

 

“북한 대남방송 재개할까 걱정”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이런 상황이면 북한 측이 대남방송까지 재개할 가능성까지 있어 보이고 이에 맞서 우리도 대북방송을 다시 틀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수년간 조용했던 접경지역에서 다시 온종일 ‘윙윙’거리는 대남·대북 방송이 울려 퍼지고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려야 할지도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이번 조치로 인해 지난해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9개월째 계속 중인 민통선 관광 중단이 당분간 계속되면 지역경제에 막대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총탄 흔적 안내판. 전익진 기자

지난 2014년 10월 10일 북한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총 10여발을 쏴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총탄 흔적 안내판. 전익진 기자

 
이런 가운데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접경지역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 속에 오는 25일쯤 대북전단 10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하고 있어서 접경지역의 긴장감은 더 높았다. 이날 중면 민통선 초소로 향하는 길가 곳곳에는 경찰차가 서 있고 경찰이 삼엄하게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정성일 연천경찰서장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천군 내 여러 곳에 경력을 배치해 대북전단 살포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대북전단 살포 24시간 감시  

경기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북전단 기습 살포에 대비해 경기 파주·연천지역에 현재 10개 중대 약 800명의 경력이 배치돼 24시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금주부터 지난주보다 2배로 인원을 늘려 파주 임진각이나 통일동산, 연천 하늘마당 등 탈북자단체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할 때 이용해온 주요 지점에 대기 중이다.
연천군 태풍전망대 방면 민통선 진입로에 16일 낮 대북전단 살포를 감시하기 위한 경찰차가 서 있다. 전익진 기자

연천군 태풍전망대 방면 민통선 진입로에 16일 낮 대북전단 살포를 감시하기 위한 경찰차가 서 있다. 전익진 기자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와 관련해 필요한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세우고 있다. 도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원천 봉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후속 조치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무 대응에 나섰다. 16일 이재강 평화부지사 주재로 16개 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1차 대북전단 살포방지 대책 TF 회의를 열고 김포·파주·포천·연천 등 4개 시·군과 경기남부·북부경찰청을 잇는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전단살포 상황 발생 시 즉시 보고와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