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지성 동창' 양창수 빠졌지만…'기록 20만쪽' 檢심의위 논란

중앙일보 2020.06.16 15: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16일 이번 사건 심의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사진은 2018년 4월 13일 대검에서 열린 수사심의위 참석하는 양 위원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16일 이번 사건 심의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사진은 2018년 4월 13일 대검에서 열린 수사심의위 참석하는 양 위원장.[연합뉴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해 권고하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68·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이 이번 사건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양창수 "최지성 관계는 회피사유, 칼럼 등은 사유 아냐"

양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6일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회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피 이유로 최 전 실장과의 관계를 들었다. 그는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건의 피의자인 최지성과 오랜 친구 관계"라며 "(최 전 실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동일한 소인(범죄사실)을 구성하고 있는 이상, 인적 관계는 회피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과 최 전 실장은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다만 언론에서 제기된 다른 논란에 대해서는 회피 사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 위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대법원 판결, 언론사 칼럼, 처남 논란 등을 거론하며 "개별적으로는 물론이고 이들을 모두 합하더라도 이번 위원회에서 다룰 사건의 내용과 객관적으로 관련이 없다"며 "이는 회피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사건의 무죄 취지 의견을 내 일부에서 수사심의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언론에 기고한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부회장을 두둔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 양 위원장의 처남이 삼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장인 것도 위원장으로서 부적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 위원장의 회피 결정으로 공정성 논란은 일거에 해소됐다.
 

26일 열리는 수사심의위…'7대7' 가능성도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모인 삼성타운의 모습. [뉴스1]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모인 삼성타운의 모습. [뉴스1]

양 위원장은 15명의 현안위원을 선정하는 추첨기일에는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이다. 위원장은 법조계, 학계 등 각 분야 인사 150~250명으로 이뤄진 위원 중 현안위원 15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양 전 대법관은 "26일 위원회에 참석해 회피 의사를 위원들에게 밝히고 위원장 대리의 선임 등 향후 진행에 관해 관련 절차를 설명한 다음 위원회 자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 직무 대행은 심의기일에 출석한 현안위원 중에 선정된다.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회의만 주재할 뿐 질문이나 표결에는 참여할 수 없다. 위원들은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각각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하게 된다. 양측은 30분 이내의 의견 진술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 1명이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표결 참여 인원이 14명으로 줄어 찬성과 반대가 '7대7'로 동수를 이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안위에 위원 15명이 반드시 참석하는 것은 아니어서 양 전 대법관의 회피 신청 이전에도 찬반이 같을 가능성은 있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수일 경우 해당 안건은 부결된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수사심의위가 종결되는 것이다. 
 

"수사기록 20만쪽인데…법률 전문가도 30분 내 이해 못 해"

이번 이 부회장 사건을 계기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피의자들이 이 제도를 '시간끌기용'으로 남용할 우려가 나온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채널A 기자도 최근 검찰에 수사심의위와 유사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심의위 변론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의견 진술 시간에 질의응답도 포함돼 있어 발언할 시간이 짧은 데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서로의 의견 진술을 들으며 공방을 하는 방식도 아니다"며 "삼바 사건의 경우 수사기록만 20만쪽에 달한다는데 아무리 법률 전문가라도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예 법리가 복잡한 사건들은 심의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