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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율 20% 넘는데…크라우드펀딩 투자한도 2배로

중앙일보 2020.06.16 15:05
금융위원회가 혁신성장 지원을 명목으로 크라우드 펀딩의 투자 한도를 2배로 늘리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크라우드 펀딩 채권 부도율이 20%에 육박하는 가운데 정부가 판을 키우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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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크라우드 펀딩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등이 웹·모바일 네크워크를 통해 다수의 개인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대상 기업 확대하고, 투자한도 2배로

금융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주식·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모든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창업 7년 이내인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만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 게 가능했다. 연간 발행 한도도 주식에 한해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렸다. 채권은 연간 15억원 한도를 유지하되, 상환금액만큼 추가로 발행이 가능하다.
 
16일 크라우드펀딩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16일 크라우드펀딩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투자한도도 일반 투자자는 연간 1000만→2000만원, 적격투자자 2000만→4000만원으로 2배씩 늘리기로 했다. 다만 동일기업에 대한 투자 한도는 현행대로 일반투자자 500만원, 적격투자자 1000만원을 유지한다. 금융위는 “엄격한 운용규제로 기업과 투자자의 참여유인 부족 등 제도의 장점과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책자금도 지원한다. 크라우드펀딩 전용펀드인 ‘K-크라우드펀드’를  2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정책금융기관의 펀드 성공기업 연계대출도 5년 간 1500억원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와디즈 등 중개기관의 직접투자와 경영자문도 가능하게 했다. 은 위원장은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창업·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모험자본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도입기에서 도약기로의 이행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되는데, 부도율은 20% 넘어

크라우드 펀딩은 매년 규모가 늘고 있다. 2016년 174억이던 발행규모는 지난해 370억으로 늘었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향후 5년 이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는 제자리다. 크라우드 펀딩은 제도 도입 때부터 신생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한다는 명목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시켜놨다. 일반 증권발행은 27종의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에 제출·수리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크라우드펀딩은 이같은 절차가 없다. 여기에 크라우드 펀딩은 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손실 위험이 크다.  
 
실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 채권의 부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0.7%였다. 만기가 도래된 채권 145건 중 30건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최근 위험성이 높아져 금융위원회가 투자에 유의할 것을 강조했던 개인간(P2P) 대출의 경우 지난 3일 기준 연체율(30일 이상)이 16.6% 수준이다.
 
금융위는 이날 규제완화를 발표하며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는 ▶범죄이력 기업의 크라우드 펀딩 발행 금지 ▶선제적 관리감독 강화 ▶투자자에 대한 정보 공개 확대 등을 내세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크라우드 펀딩은 상당한 위험성을 갖고 있는 투자 상품인만큼 각종 공시 의무를 엄격하게 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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