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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개미 비판'은 코로나로 궁지 몰린 펀드매니저 비명

중앙일보 2020.06.16 14:00
헤지펀드 매니저 레온 쿠퍼만 오메가어드바이저스 회장

헤지펀드 매니저 레온 쿠퍼만 오메가어드바이저스 회장

미국 증시의 최후의 승자는 개미일까? 엘리트일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뮤추얼ᆞ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증시의 ‘엘리트(프로)’로, 개인 투자자를 ‘대중’으로 묘사하곤 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미 증시가 엘리트들의 뒷마당이 됐다(기관화)”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쿠퍼만 , "로빈후드(개미)는 바보짓하고 있다"
채권 귀재 엘-에리언, "개미는 비이성적 과잉 상태"
그러나 개미들이 주로 산 종목의 수익률이 프로보다 높아

 

코로나 패닉은 월가 엘리트 비명

실러의 말대로 미 증시의 주역은 자금력과 정보, 이론적 분석 능력을 갖춘 엘리트들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한 세대 가까이 ‘을(乙)’이었던 미국 개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엘리트들이 패닉에 빠져, 그리고 ‘위기 순간엔 현금 우선’이란 전통적인 논리에 따라 덤핑한 주식을 개미들이 받아냈다. 미국판 ‘동학개미운동’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근거 없이 매수에 뛰어들진 않았다. 이른바‘적응적 기대(adaptive expectation)’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근까지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행위다.
 
개인 투자자는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거의 10년 주기로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프랑스 인시아드대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경제학)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위기 순간 중앙은행과 정부가 나서서 시장 붕괴를 막았고, 그들의 개입 효과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개인 투자자들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그들은 ‘위기는 몰락이 아니다’는 믿는다.
 

억만장자 쿠퍼만, “개미들 끝내 눈물 흘릴 것!”

개미의 공격적 베팅에 엘리트들이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미 헤지펀드 매니저이면서 억만장자인 레온 쿠퍼만 오메가어드바이저스의 회장은 15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로빈후드 시장은 결국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권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를 개발한 블라드 테네프(왼쪽)와 바이주 바트.

증권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를 개발한 블라드 테네프(왼쪽)와 바이주 바트.

쿠퍼만이 말한 로빈후드는 무료 증권트레이딩 앱이다. 최근 미 증시의 개미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로빈후드 계좌는 올해 들어서만 300만 개 늘었다. 총 계좌는 1300만 개에 이른다. 게다가 중간 나이가 31세로 나타났다.
 
쿠퍼만은 “그들은 정말 바보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트 특유의 훈계조의 말이다.
 

‘채권 귀재’ 엘-에리언, “개미가 경제 전체를 위험하게 해”

쿠퍼만 혼자 비판의 총대를 멘 것이 아니다. 하루 전인 14일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이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쓴 칼럼에서 “최근 증시의 비이성적인 과잉은 경제 전반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채권 귀재’인 엘-에리언은 “최근 개인 투자자의 열풍은 이코노미트스들이 ‘시장의 역사적 패턴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라고 부르는, 또는 시장 사람들이 말하는 ‘나만 놓친 거야?’’대안이 없잖아!’라는 심리 등에 의해 불붙었다”고 진단했다.
 

펀드 매니저 무용론 와중에 코로나 습격

코로나 투자 현재의 승자는 개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투자 현재의 승자는 개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엘리트들의 비판은 월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뮤추얼ᆞ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수익률은 지수를 상당 기간 밑돌았다. 각종 패시브 펀드가 등장한 탓이었다. 그 바람에 ‘펀드 매니저 사망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패닉 이후 미 개미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주가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견준 상대 수익률이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한 헤지펀드 매니저의 상대 수익률보다 높았다.  
 
이래저래 월가 엘리트들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 체면에 비명을 지르진 못하고 개미가 비이성적인 과잉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 누가 최후 승자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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