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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죄 뒤집어 쓴 연어…'최악의 조합' 피하면 걱정없다

중앙일보 2020.06.16 11:46
베이징 신파디 시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 경찰이 13일 슈퍼와 상점을 돌며 육류와 해산물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베이징 신파디 시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 경찰이 13일 슈퍼와 상점을 돌며 육류와 해산물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는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수입 연어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유럽 연어 공급업체에서 중국 연어 수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베이징 코로나 확산 연어 탓이라지만
척추동물 215종 수용체 효소 비교 결과
어류·조류·파충류 사람과는 크게 달라
위생수칙 지키면 식품 감염 걱정 없어

 
하지만 물고기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연어 자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해도, 연어를 취급하는 사람이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물고기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합 어려워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를 나타내는 모델. 붉은색 대못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 세포막에 있는 효소들과 결합해 세포 내로 침투하게 된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조를 나타내는 모델. 붉은색 대못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 세포막에 있는 효소들과 결합해 세포 내로 침투하게 된다. 중앙포토.

지난달 초 말레이시아 국립대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215종의 다양한 척추 동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투 경로인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와 세포막 단백질 분해효소 세린2(TMPRSS2) 구조를 비교했다. 

각 동물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두 가지 효소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들 단백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얼마나 잘 결합할 것이냐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척추동물 중에서도 고양이나 돼지 등 다양한 포유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바이러스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물고기와 파충류는 사람의 ACE2나 TMPRSS2와 구조가 크게 달라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스파이크와 ACE2 등 효소가 열쇠-자물쇠처럼 딱 들어맞지 않아 결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어는 비교 대상에서 빠졌지만, 코로나19가 물고기나 새, 양서·파충류 등에 침투해 증식하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낮은 온도에선 오래 버티지만 열엔 약해 

베이징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장위시 사장이 지난 12일 밤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말해 베이징 코로나 진앙으로 수입 연어가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15일 연어 수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베이징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장위시 사장이 지난 12일 밤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말해 베이징 코로나 진앙으로 수입 연어가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15일 연어 수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렇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침방울(비말)이나 오염된 손에 의해 연어의 표면이 오염됐다고 가정하면, 실제 감염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지난 4월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국제 의학전문지 '랜싯'에 보고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실험 연구 결과를 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배양액을 다양한 조건에 노출하면서 시간에 따른 바이러스 숫자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팀이 mL당 320만 개의 바이러스가 든 배양액을 섭씨 4도 온도에 노출했을 때는 14일까지도 바이러스 숫자가 100만 개 이상 유지됐다.
실험을 14일까지만 진행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14일보다 더 오래 생존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대신 열에는 약해 37도에서는 하루 뒤 1700개로 줄었고, 이틀 뒤에는 모두 사멸했다.
56도에서는 30분 뒤, 70도에서는 5분 뒤 모두 죽었다.
 
연구팀은 당시 수소이온농도(pH)를 3~10으로 다르게 하면서 1시간 동안 실험을 진행했는데, pH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사람의 위장은 pH가 1(강산성)~5(약산성) 사이에서 변화하지만, 평상시는 비교적 강한 산성(pH 1.5~3.5) 상태를 유지한다.
홍콩대에서는 pH 실험을 1시간만 진행했는데, 이것만으로 본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살아서 위장을 통과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소화기관 통해 감염 가능성은 있어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AP=연합뉴스

위장을 통과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장·대장에서 사람의 몸으로 침투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소화기관을 통해 침투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사람의 장 상피세포에 바이러스 침투 경로인 ACE2 수용체가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 중에서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은 없지만, 설사하는 경우도 있고,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홍콩대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메디신'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의 소화기관인 소장 상피세포에 감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또 사람의 장기 유사체(organoid)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장기 유사체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 사람의 장기 구조와 같은 조직을 만든 것을 말한다.
 
사람의 소화기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고, 여기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바이러스를 대변을 통해 배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식중독 바이러스인 노로바이러스처럼 '분변-구강' 전파 가능성을 제시하는 논문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식품 위생으로 '최악 조합' 막아야

15일 중국 베이징 펭타이 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역사회 담당자(왼쪽)가 소독 과정을 감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5일 중국 베이징 펭타이 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역사회 담당자(왼쪽)가 소독 과정을 감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결국 이런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 떨어지는, '최악의 조합'이 일어난다면 식품을 통해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가 식품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게 식품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국 식품 과학기술연구소(IFST)의 식품안전 전문그룹 스틀링 크루 위원장은 지난달 말 이 연구소 저널에 게재한 글에서 "음식이나 음식 포장 노출로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알려진 게 없다"며 "과거 사스(SARS, 급성 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도 음식 섭취를 통해 전파된 사례가 없다"고 소개했다.
 
크루 위원장은 "다만 과일·샐러드·케이크 등 포장되지 않은 음식물을 취급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고, 주방 등을 청소·소독하는 등 평소에 철저한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시장에서 마스크와 글러브를 착용한 점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시장에서 마스크와 글러브를 착용한 점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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