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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식당 창업, 눈 대신 귀로 하라

중앙일보 2020.06.16 08:00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38)

얼마전 어느 건물에 들어갈 업종에 대한 자문을 받아 그 상권과 고객이 원하는 컨설팅을 해주었다. 결국엔 직원들이 추천하는 업종으로 건물을 세팅하게 됐다. 직원들은 객관적 평가를 해서 제안하는 컨설턴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편하고 쉬운 의사결정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서 외식업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기 부인과 옆집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판단한다.
 
성공이라는 상상에 사로잡혀 남 보기에 그럴듯한 레스토랑, 카페를 하고 싶어하는 오너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주변 상권의 주 고객이 여성과 가족고객이라 집밥 컨셉의 한식이나 샤브앤 샐러드바 같은 업종을 추천하면 자기 체면이 상하고 모양새가 안 좋다는 이유로 어김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무 쉽게 창업하는 것도 문제다. 자기 전 재산을 올인해 창업을 하는 것인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유행처럼 뜨고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노동강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남보기에 좋은 카페창업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유달리 연예인 스타 마케팅을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브랜드를 선택하는 일도 많다.
 
얼마 전 건물 전체에 들어갈 업종에 대한 자문을 받아 컨설팅을 해주었는데 결국엔 직원들이 추천하는 업종으로 건물을 세팅하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객관적 평가를 제안하는 컨설턴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편하고 쉬운 의사결정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얼마 전 건물 전체에 들어갈 업종에 대한 자문을 받아 컨설팅을 해주었는데 결국엔 직원들이 추천하는 업종으로 건물을 세팅하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객관적 평가를 제안하는 컨설턴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편하고 쉬운 의사결정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TV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는 브랜드는 절대 망하지 않고 성공하겠지 하고 묻지마 창업을 하지만 브랜드 주체인 해당 연예인이 대중의 지탄을 받는 사건에 연루되면 소리없이 회사 자체가 사라지는 예가 부지기수다.
 
몇달 전 올림픽 유도 메달리스트가 성폭력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한순간에 가맹점으로 운영되던 체육관 모두 간판을 내리고, 인기 절정이던 연예인 이름만 믿고 창업했던 수십 명의 분식점 점주는 전부 폐업을 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식업과 창업컨설팅 일을 한 지 35년이 되어가면서 많은 사례를 접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한 일도 많았고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였다. 한 우물만 파니 이제야 조금씩 성공의 공식도 보이고 남 앞에 겨우 설 지경에 이르렀다.
 
남을 가르치고 평가할 실력이 되는지 아닌지는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안다. 함부로 이름 빌려주고 얼굴 내세우고 더군다나 남을 평가하고 가르치려 들면 안된다. 본인이야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지만 자기를 믿고 모든걸 투자한 사람들에게 그러면 안된다.
 
주변에 그렇게 많은 창업 컨설턴트가 있고 전문가가 여기저기 많은데도 전 세계에서 폐업율이 제일 많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국내에서 아주 성공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오너부부 초청으로 경영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자리에 앉고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채 나누자마자 오너 부인은 다리를 꼬고 소파 뒤로 몸을 젖힌다.
 
성공하고 싶으면 제일 먼저 경청해야 한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야 한다. 그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경청이 곧 재산이다. [사진 pixabay]

성공하고 싶으면 제일 먼저 경청해야 한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야 한다. 그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경청이 곧 재산이다. [사진 pixabay]

 
국내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할 때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한 대부분의 임원들은 회의가 끝난후 이구동성으로 저런 얘기는 오래전부터 자기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세 살 아이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 분야에서 몇십 년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전문가가 새로운 시각에서 치열한 생존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노하우를 강의하면 열심히 듣고 자기가 필요한 사례와 지식을 받아들이면 된다.
 
이 세상에 ‘베스트’는 없다. 완벽할 만큼 완전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미치도록 노력해서 조금씩 더 나아지는 ‘베터’만 존재할 뿐이다. 진심을 다해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해주면 귀를 활짝 열고 먼저 들어야 한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얘기만 말하고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생각만 하고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면 성공은 보장할 수가 없다.
 
성공하고 싶으면 제일 먼저 경청해야 한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야 한다. 그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경청이 곧 재산이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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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필진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 국내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 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강의 등을 통해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갱생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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