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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절인 배추처럼 땀 흘러도…"심전도 그래프 어떤 그림보다 예쁘길"

중앙일보 2020.06.16 06:00
구성미 간호사의 일기 3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했을 때부터 지금껏 다섯 달째 경북대병원 내과중환자실을 지키는 간호사가 있다. 올해로 17년 차 베테랑급 구성미 간호사(39·여)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투의 현장에서 구 간호사가 써내려가는 일기를 연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창기에는 6월쯤이면 이 사태가 좀 진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여름휴가의 꿈도 가져봤다. 그렇게 가졌던 기대와 희망을 비웃듯 코로나19와의 동행은 계속되고 있다.
 
메마른 나무 위에 쌓였던 하얀 눈과 함께 시작해서 흩날리는 봄 꽃잎도 봤고, 이제는 푸르름이 넘쳐나고 있지만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 자리씩 비워지는 병상들에 이제는 좀 나아질까 희망을 가져보지만 매일 뉴스에서 나오는 코로나 관련 기사들은 그런 희망을 꺾는다. 
 
낮 최고기온 36도로 대프리카의 여름은 시작됐다. 방호복을 입으면 흐르는 땀에 절인 배추처럼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얼음주머니를 잡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얼음주머니를 잡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출근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환자였다. 업무 시작 전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상태를 전달받았다. 환자와 대면하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확인한 뒤 인계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하기 시작한 이후 환자가 아닌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이중창 너머의 환자를 방호복을 입지 않고는 직접 볼 수 없기에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전산에 상세하게 기록된 내용으로 전달받는다. 그렇게 전달받은 내용은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가 방호복을 입은 후에야 환자에게로 가서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한다.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봐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를 반복한다. 방호복 없이 한 공간에 있을 때는 눈·코·손·귀의 감각을 이용해 환자를 살폈는데 지금은 내 온몸을 덮고 있는 방호복으로 인해 대부분 시각에만 의지해 환자를 살피게 됐다. 방호복을 입고 환자와 함께 있을 때는 오직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간호에만 전념하게 된다. 
 
배고프지 않게 식사도 챙기고 불편하지 않게 배변 정리도 하고 혹시나 욕창이 생기지 않게 자세도 바꾸어 준다. 그러다 힘든 기색이 보이면 필요한 약을 주기도 하고 호흡이 불편하면 기도에 있는 분비물을 흡인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환자의 손발이 되어 돌보다가 격리실 밖으로 나오게 되면 안에서 할 수 없었던 전산 업무들과 기타 업무들을 한다.  
지난 4월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경북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경북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

격리실 밖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지 못해 컴퓨터 화면에 눈은 가 있지만 신경은 항상 환자가 있는 병상에 집중돼 있다. 전산업무를 하다가도 어딘가에서 기계의 알람이 들리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의 출처를 쫓는다. 그러다 환자와 관련된 기계에서 나는 소리임을 발견하면 창문 너머 잘 보이지도 않는 환자 모니터와 인공호흡기와 그 이외의 기계들을 서둘러 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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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실 안에 간호사가 상태를 살피고 바로 알려줄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혹시 그사이에라도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보이지도 않는 기계의 수치들과 환자의 호흡상태를 보겠다는 일념으로다. 눈을 최대한 찡그리고 격리방 안을 살핀다. 그러다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다시 하던 업무를 이어나간다. 마음으로는 환자 감시 모니터에 나오는 모든 숫자가 정상치에 딱 떨어지고 심전도의 그래프가 그 어떤 그림보다 이쁘게 그려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환자의 감시 값들이 나아지고 환자의 상태 또한 나아져서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끝은 보이지 않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뉴스에서 좋은 소식들만 있기를 오늘도 바란다.  
 
정리=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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