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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치 없이 일방 독주하는 거대 여당,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2020.06.16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거대 여당 민주당이 어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사위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지난 5일 독단적으로 국회 개원을 강행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 선출도 미래통합당 없이 처리했다. 법사위원장 윤호중 의원을 비롯해 위원장은 모두 여당 인사들이 차지했다. 제1 야당을 배제한 단독 원(院) 구성은 1987년 이후 약 33년 만으로, 민주화 이후 전례가 없다.
 
이제 첫발을 뗀 21대 국회에서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힘의 논리만 난무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의 다짐대로 ‘일하는 21대 국회’를 기대했으나 다시 싸움만 하는 국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당장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했다.  
 
이번 원 구성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법사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였다. 김대중 정부 이후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게 관행이자 원칙이었다. 여당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야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불문율이기도 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인 2009년 당시 노영민(현 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몇 되지도 않은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해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인가”라고 비판했었다. 2012년에도 당시 우원식(여당 당권 주자) 대변인이 “법사위는 일방 독주를 못하게 하고 길목을 지키는 위원회인데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야당에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4·15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됐다고 이제는 “20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가지고 통합당이 했던 무한한 정쟁과 발목 잡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이해찬 대표)는 논리로 법사위를 여당 몫으로 만들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내 주장만 옳다는 아집이다. 민주당이 의아할 정도로 법사위에 집착하니 “무엇을 그리 잘못한 것이 많아서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가”(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라는 의심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와 협치를 약속한 지 20일이 지나지 않았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 국민에게 위안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에서 협치를 위해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협치는커녕 일방통행식 독주만 보여줬다. 수적 우세를 앞세워 밀어붙이라는 게 4·15 총선의 정신은 아닐 것이다. 독주는 민주주의 후퇴를 부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런 게 오만함이고 그게 쌓이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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