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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려면 무주택 12년, 통장 13년…3040 우는 가점컷 61점

중앙일보 2020.06.16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0대1에 육박했다. 이처럼 청약자가 몰리자 당첨자들의 평균 청약가점은 61점을 넘어섰다. 4인 가족(20점)이라면 ▶무주택 12년(26점) 이상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13년(15점) 이상이어야 가능한 점수다. 부양가족이 적거나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나 40대 초반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 집 마련’을 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2년 무주택 4인가족 가장이
통장 13년 부어야 당첨 가능
새 아파트 청약 경쟁률 99대 1
30대·1인가구 서울집 꿈 못꿔

올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5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서울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99.3대 1이었다. 당첨 기회가 돌아간 게 99명 중 한명 꼴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청약 경쟁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분양한 마곡지구 9단지가 146대 1로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양천구 신정동의 호반써밋목동, 서초구 잠원동의 르엘신반포와 르엘신반포애비뉴에서 주택 유형별 최저 경쟁률은 114대 1이었다.
 
서울 청약 평균가점 61점 되려면

서울 청약 평균가점 61점 되려면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기존 아파트의 몸값이 뛰는데 분양가는 낮다 보니 당첨되면 2억~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고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 방침도 청약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새 아파트 공급이 위축해 청약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수요가 청약 시장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다음달 말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입주 전 분양가와 입주 후 아파트 시세의 차이가 더 벌어지기 때문에 ‘로또 분양’을 노리는 청약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 대책 없이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라며 “앞으로 서울 아파트의 공급 물량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청약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0대1 청약경쟁률 넘은 서울 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00대1 청약경쟁률 넘은 서울 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청약가점이 낮은 실수요자의 조바심은 커진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61.38점이었다. 부양가족이 두 명인 직장인 윤모(41) 씨는 “올해 들어 세 차례 청약했지만 청약가점이 낮아 번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부양가족이나 무주택 기간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기존 주택을 사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청약가점이 낮은 30대 가운데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 1분기 서울의 주택 거래 2만9165건 중 30대의 비중은 31%(9101건)였다. 그동안 활발하게 주택을 구매했던 40대(27.6%)와 50대(18.8%)보다 높아졌다. 결혼 3년째인 직장인 임모(32)씨는 “청약가점이 낮아 일찌감치 청약은 포기했다”며 “최근 최대한 대출을 끼고 서울 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30대 사이에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란 말도 유행하고 있다. 집값이 더 뛰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보험사 약관대출 등 가능한 모든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산다는 뜻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집값을 잡기 위해선 실수요자의 안정적인 내 집 마련 정책도 나와야 한다”며 “신혼부부를 포함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인 30~40대에 한해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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