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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버거는 추억쇼…3위 디섐보는 장타쇼

중앙일보 2020.06.16 00:03 경제 10면 지면보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가 91일 만에 재개됐다. 15일(한국시각) 끝난 찰스 슈왑 챌린지에서 체중을 20㎏ 늘린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가 공동 3위에 올랐다. 슬럼프에 빠졌던 대니얼 버거(27·미국)는 과거에 썼던 아이언을 들고 나와 우승했다. 버거는 정규라운드를 합계 15언더파로 마친 뒤,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디섐보는 1타 많은 합계 14언더파를 기록했다.
 

석달 만에 재개 찰스 슈왑 챌린지
버거, 고교시절 아이언으로 승리
20kg 늘린 디섐보는 340야드 쳐

9년 전 출시됐던 아이언을 앞세워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버거. 찰스 슈왑 챌린지 트로피 옆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9년 전 출시됐던 아이언을 앞세워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버거. 찰스 슈왑 챌린지 트로피 옆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벌크업 디섐보 340야드 샷=디섐보의 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몸 불리기를 시작했는데, 올초까지 12㎏을 늘려 100㎏이 됐다. 코로나19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그의 몸은 더 커졌다. 현재 108㎏으로 9개월 새 20㎏이 늘었다. 1년 전까지도 M 사이즈 셔츠를 입었던 그는 현재 XL 사이즈를 입는데, 그마저 작아 보인다. 팬들은 ‘헐크처럼 디섐보의 옷이 찢어질 것 같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번 대회에서 디섐보는 평균 340야드의 드라이브샷을 했다. 디섐보는 “이 골프장에는 내가 가진 스피드를 다 쓸 만한 홀이 몇 개 없다”고 말했다. 성적도 좋다. 디섐보는 최근 4개 대회 연속으로 톱 5에 들었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늘었는데, 정확도까지 좀 더 좋아졌다. 디섐보가 공개한 볼 스피드는 시속 203마일이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서 볼 스피드가 가장 빨랐던 선수는 캐머론 챔프로, 평균 시속 190마일, 최고 시속 199마일이었다. 미국 골프계는 디섐보를 두고 “장타대회 수준 선수가 투어에서 뛴다”고 했다.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 디섐보다. 그는 몸을 계속 불리는 한편, 48인치 샤프트 사용을 고려 중이다. 48인치는 골프에서 허용하는 최장 길이다. 너무 길어 오히려 거리에서 손해라는 의견이 많은데, 디섐보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디섐보의 별명은 ‘미친 과학자’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샤프트 길이가 똑같은 아이언 세트를 쓴다. 깃대의 탄성에 따른 퍼트 성공률을 분석하고, 홀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며 각도기를 이용한다. 여러 차례 화제가 됐는데, 여론은 “디섐보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산다”가 주류였다. 몸 불리기 실험은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는 ‘근육 활성화 기술’(Muscle Activation Technology)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운동한다.
 
몸을 키워서 드라이브샷 거리를 늘린 디섐보. 단단해진 상체가 눈에 들어온다. 파워가 좋아졌는데 정확성까지 향상됐다. [AP=연합뉴스]

몸을 키워서 드라이브샷 거리를 늘린 디섐보. 단단해진 상체가 눈에 들어온다. 파워가 좋아졌는데 정확성까지 향상됐다. [AP=연합뉴스]

◆고교 시절 아이언으로 우승=우승자 대니얼 버거는 2015년 PGA 투어 신인왕이다.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 유전자를 받은 덕분일까. 대학 시절에는 촉망받는 유망주였고, 신인이던 2015년 두 차례 준우승했다. 2016, 17년 2년 연속으로 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같은 1993년생인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디섐보 등과 함께 미국 골프의 새로운 황금 세대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던 중 손을 다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 시즌에는 20개 대회에 나가 톱 10에는 한 차례밖에 들지 못했다. 페덱스컵 랭킹은 131위에 그쳐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첫 6개 대회에서는 한 번도 톱 10에 들지 못했다.
 
버거는 3년간 함께한 용품사와 1월에 계약이 끝났다. 그때부터 원하는 장비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됐다. 버거는 집 창고를 뒤져 전에 썼던 아이언을 테스트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썼고, 2016년 PGA 투어 첫 우승 때 함께 하는 등 좋은 기억이 많은 아이언이었다. 손에 딱 맞았다. 아이언을 바꾼 버거는 확 달라졌다. 투어 중단 전까지, 세 대회 연속으로 톱 10에 들었다. 이어 시즌 재개 후 첫 대회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버거는 “잘 맞는 클럽이 있다면 그걸 쓰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도 이 클럽을 쓸 거다. 9년 전 모델이라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쓰는 게 고장나면 온라인 거래사이트를 통해서라도 구해 이 아이언으로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77.8%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 135만 달러(약 16억2000만원)를 거머쥔 버거는 “최근 1년간 우승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멋진 골프를 했고, 우승도 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호준·김지한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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