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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가 쏘는 영화 티켓 할인 효과 ‘대박’…“코로나 번지면 어쩌나” 우려도

중앙일보 2020.06.15 17:43
“6000원 할인권으로 기분 전환 겸 오랜만에 영화를 봤어요.”
 
지난 14일 오전 6시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배포한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 쿠폰을 사용해 영화를 관람했다는 글쓴이는 “이 영화는 넓은 스크린으로 봐야 실감 날 것 같아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다”며 “할인받아 단돈 2000원에 영화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했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시행한 첫 날인 지난 4일 서울 한 극장에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시행한 첫 날인 지난 4일 서울 한 극장에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하루 관객 20만 넘어…극장가 모처럼 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발길이 끊어졌던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1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에 따르면 12일부터 14일까지 영화 관람객 수는 50만6776명이다. 전주 주말보다 10만명 늘어난 수치다. 지난 13일에는 하루 관객 수만 20만명에 달했다. 일일 관객 수가 20만을 넘어선 건 지난 2월 23일 이후 111일 만이다.
 
관람객의 발길을 유도하는 데에는 영진위의 전략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영진위는 지난 4일부터 ‘극장에서 다시 봄’ 할인 행사를 시행했다.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쿠폰 133만장을 풀어 6월 3주간 매주 1인당 2매씩 최대 6매를 제공하고 있다. 할인권의 95%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 멀티플렉스 4사에 배분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 위기 속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영화관람 캠페인 '극장에서 다시, 봄'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 위기 속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영화관람 캠페인 '극장에서 다시, 봄'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할인행사 취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관객이 동기 대비 90% 정도 곤두박질칠 만큼 어려움을 겪는 영화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계획하게 됐다”며 “영화관에서는 관람객들이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영화 관람에 집중하기 때문에 안전 수칙만 모두 지킨다면 비말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취지에 공감…감염 주의 필요"

다만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이 할인행사에 나서도 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주말에 영화를 관람했다는 형모(27)씨는 “두 시간가량 밀폐된 공간 안에 있다 보니 행사로 사람이 많아지면 코로나 감염 위험도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제적 타격을 막는다는 행사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팝콘 등을 먹으며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좌석을 한 칸씩 비웠다. 뉴스1

15일 오후 서울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좌석을 한 칸씩 비웠다. 뉴스1

 
영진위 대책이 방역당국 지침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3밀’이라고 하는데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곳ㆍ많은 사람이 밀집하게 모이는 곳ㆍ1m 이내에 밀접한 접촉을 하는 곳이다”라며 “이번 주말 동안 외출, 모임을 자제해주시고 밀폐ㆍ밀집한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직장인 임모(26)씨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말하면서 문체부 산하 영진위에선 할인쿠폰을 쓰라고 말하는데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제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영화관의 할인 행사가 필요 없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정부에서 일관되지 않은 정책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 시설과 고위험 시설을 일관된 근거와 기준을 가지고 나눠야 하는데 지금은 주먹구구식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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