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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여학생 외모 평가한 남학생에 학교 징계…법원은 "무효"

중앙일보 2020.06.15 11:52
학교. 연합뉴스

학교. 연합뉴스

인천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지난해 여학생 외모 순위를 매겨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남학생에 대해 법원이 "징계 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인천 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친구 2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겼다. 같은 학교 여학생 여러 명의 이름이 대화방에서 오르내렸고 성적인 표현이 적힌 사진도 공유됐다. 
 
친구가 올린 사진을 본 A군은 대화방에서 "그런(성적인) 취향을 OOO(여학생 이름)가 받아주면 결혼해"라며 장난을 쳤다. 또 A군이 한 여학생의 이름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고백할까"라는 글을 대화방에 올리자 그의 친구는 "넌 차이고 돌아온다. 고백 장면을 생중계하라"고 답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한 여학생이 채팅방에서 본인의 이름을 발견하며 드러났다. 이 여학생은 학교 선배로부터 태블릿PC를 빌려 쓰던 중 페이스북 계정에 저장된 A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했다. A군이 한 달 전 이 태블릿PC를 사용하면서 입력한 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남학생들의 대화를 보고 깜짝 놀란 이 여학생은 함께 이름이 언급된 친구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렸고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같은해 4월 A군 등이 나눈 메신저 대화는 사이버 성폭력 등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고 결론 지었다. 학교장은 학폭위의 의결에 따라 A군에게 출석정지 5일, 학급 교체, 특별교육 5시간 이수, 여학생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군은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지 않고 설사 학교 폭력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의 징계는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민사14부(고연금 부장판사)는 A군이 모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 조치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학교장이 A군에게 내린 징계 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성적 취향을 받아주면 여학생과 결혼하라'는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위법 행위에 준할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3명만 있는 메신저에서 그런 대화가 이뤄졌고 직접 피해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전후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표현이 명예훼손·성폭력에 해당하거나 음란정보와 같은 심각한 내용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학교 폭력이 아니어서 원고에 대한 징계는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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