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년중앙] 멀리 있지 않아요 문학의 향기 감도는 일상

중앙일보 2020.06.15 09:29
작품 품어낸 작가의 삶과 원작의 새로운 해석 통해 한층 더 재밌게 만나는 문학
표지=왼쪽부터 이은율(경기도 안산성호중 2) 학생기자·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 학생모델·오예진(서울 묘곡초 6)·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가 이효석 문학관을 찾아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자세히 알아봤다.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표지=왼쪽부터 이은율(경기도 안산성호중 2) 학생기자·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 학생모델·오예진(서울 묘곡초 6)·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가 이효석 문학관을 찾아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자세히 알아봤다.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우리는 어릴 때 세계문학전집부터 초·중·고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합니다. 하지만 문학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즐기는 것보다 시험을 위해 관련 지식을 억지로 외우는 경우가 더 많죠. 그렇다 보니 문학이 어렵게만 느껴지기도 하고요. 공부가 아닌, 진짜 문학의 감동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차분히 읽은 문장 하나가 큰 감동을 줄 수도 있고, 힘든 일상을 잠시 돌아보게 하는 여유도 선물합니다. 지금부터 좀 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할 테니 문학의 향기에 취해보세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오예진(서울 묘곡초 6)·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이은율(경기도 안산성호중 2)학생기자·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 학생모델
소중 학생기자단이 문학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강원도 봉평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을 찾았다. 왼쪽부터 이은율 학생기자·이준율 학생모델·오예진·유소윤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문학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강원도 봉평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을 찾았다. 왼쪽부터 이은율 학생기자·이준율 학생모델·오예진·유소윤 학생기자.

문학작품은 쓰인 당시 문화나 작가의 삶을 알게 됐을 때 더욱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문학관에 가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썼을 때의 상황을 오롯이 알 수 있죠. 문학을 즐기는 방법으로 문학관 나들이를 떠나보세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학과 친구가 될 수 있고, 평소 문학에 관심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문학관 앞 전망대에서는 맑은 하늘과 푸른 산, 봉평마을 일대와 하트 모양의 메밀밭까지 한눈에 보인다.

문학관 앞 전망대에서는 맑은 하늘과 푸른 산, 봉평마을 일대와 하트 모양의 메밀밭까지 한눈에 보인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달빛 아래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소금을 뿌린 것 같다고 표현한 작가의 감성이 놀랍지 않나요.『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현대 단편소설 대표작 중 하나로 중등 교과서에도 실렸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효석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의 배경인 강원도 봉평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을 찾았습니다. 이효석 문학관은 봉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 중턱에 있어요. 작가의 대표작들로 두꺼운 책 모양을 기둥 삼아 만든 출입문이 인상적이죠. 출입구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가산 이효석 문학비’도 만날 수 있고, 오솔길을 좀 더 오르면 문학관이 보입니다. 문학관 앞 전망대에 올라서니 맑은 하늘과 푸른 산, 봉평마을 일대와 메밀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였죠. 실러, 칸트, 토마스 만 등 외국 문학 작가들의 책을 겹겹이 쌓은 조형물과 작가 동상까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많았습니다.
김한수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

김한수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

추식이 각본을 쓰고 임권택이 감독을 하기 위해 각색한 『메밀꽃 필 무렵』 영화 대본.

추식이 각본을 쓰고 임권택이 감독을 하기 위해 각색한 『메밀꽃 필 무렵』 영화 대본.

문학관에 들어서자 김한수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반갑게 맞았죠. “이효석 선생님 작품은 안 읽어 봤더라도 이름은 들어봤죠? 1930년대 전후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인 중 한 분이시죠.” 한쪽 벽에는 이효석의 일생 중 큼지막한 사건들과 발행됐던 작품들이 연도별로 깔끔하게 정리됐고, 출판된 책, 발표 지면, 육필 원고 등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도 볼 수 있었죠.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편에서 출생한 이효석 작가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숭실전문학교·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임했습니다. 1928년『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이효석 선생님은『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로 굉장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을 쓰신 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하지만 초기작에는 민중혁명, 사회성을 띈 내용이 많아요.”『노령근해』『상륙』『행진곡』『기우』등을 발표하며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지러운 사회상황에 맞서 행동으로 투쟁할 것을 역설해 ‘동반자 작가’라는 칭호를 얻죠. 그 후 모더니즘 문학단체인 ‘구인회’에 참여했고,『돈』『산』『들』등을 발표하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시적인 문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백미라고 평가되는『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했고, 미적 가치를 가장 숭고한 가치로 보는 심미주의적 세계관을 나타낸『장미 병들다』『화분』등을 발표해 인간의 본능을 탐구하는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받았어요. 이효석 작가는 1942년 5월 25일 결핵성 뇌막염으로 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짧은 생애지만 우리 문단사에 차지하는 위치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죠.
김한수(맨 왼쪽)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이효석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김한수(맨 왼쪽)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이효석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른 작가들과 차별되는 이효석 작가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김 해설사는 “자연을 묘사하는 게 거의 시와 같아요. 저렇게 시적으로 표현하는 게 남다른 표현기법이라고 할 수 있죠.” 어린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을지도 궁금했습니다. “자연에 대한 묘사가 참 아름다운 소설『메밀꽃 필 무렵』『산협』을 추천해요. 이효석 선생님은 수필가로서도 굉장히 뛰어나신 분이에요.『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이 있는데 가을의 단상을 감성적으로 썼죠. A4 2장 반 분량인데 제가 프린트한 것을 드릴 테니 꼭 읽어보세요.”
평양에 살 때 집을 재현한 창작실을 보면 서구 세계에 관심이 컸던 작가의 취향을 잘 알 수 있다.

평양에 살 때 집을 재현한 창작실을 보면 서구 세계에 관심이 컸던 작가의 취향을 잘 알 수 있다.

1930년대 후반 평양에 살 때 집을 재현한 창작실도 있었는데요. 벽면에는 MERRY X-MAS!라고 쓴 영문 장식판과 이효석 작가가 좋아했다는 프랑스 여배우 다니엘 다류의 사진이 걸려있었죠. 크리스마스트리·책상·피아노·축음기 등이 작가의 취향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서양문물에 대한 동경이 강했어요. 영화 애호가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고 커피도 좋아했죠. 수필을 보면 ‘백화점에서 커피를 사서 전철을 타고 집에 들어올 때 가방 속에서 나는 커피향이 너무 좋다!’고 쓰기도 했어요.” 서구 세계에 관심이 컸던 작가의 생활을 고스란히 알 수 있었던 공간입니다.
문학관에 있는 메밀 학습장에서 메밀꽃이 피었을 때를 표현한 모형을 지켜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위 사진). 작가의 흔적이 묻어있는 육필 원고, 엽서 등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에 있는 메밀 학습장에서 메밀꽃이 피었을 때를 표현한 모형을 지켜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위 사진). 작가의 흔적이 묻어있는 육필 원고, 엽서 등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이밖에도 태어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삶의 궤적을 정리해 놓은 공간, 문학세계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다양한 작품집을 전시하고,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소개하는 공간들이 있었죠.『메밀꽃 필 무렵』이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 수 있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워했습니다. 전시실 옆으로 메밀에 대해 소개하고, 재배법·요리법 등을 알려주는 학습장이 있었습니다. “매년 9월 첫째 주 주말, 효석문화제가 열립니다. 문학을 주제로 하는 지자체‧정부행사가 많지 않거든요. 메밀꽃이 피는 시기니까 꼭 한번 보러 오세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메밀꽃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아쉽지만 작품 속 풍경을 눈으로 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효석달빛언덕에는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한 이효석 작가의 생가도 있다.

효석달빛언덕에는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한 이효석 작가의 생가도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평소 문학관에 올 기회가 없는 친구들에게 문학관에 오면 좋은 점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했죠. “강원도 하면 옥수수·감자만 생각나죠? 강원도에는 문인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문학관이 5곳 있어요. 이효석 문학관과 원주에 박경리 문학관, 춘천에 김유정 문학관, 인제 박인환 문학관, 사천 김동명 문학관. 작가의 작품에는 그 사람의 뿌리인 고향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그 작품을 키운 토양이라고 할 수 있죠. 거기에 문학관이 세워졌으니까 그 작가가 작품을 썼을 때 어떤 근본적인 토양이 있었느냐 하는 걸 느낄 수 있죠. 무엇보다 꼭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세요.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건 차원이 다르거든요.” 작가의 숨결을 느꼈던 문학관을 나와 효석달빛언덕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엔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한 생가와『메밀꽃 필 무렵』의 소재로 나왔던 나귀를 떠올리며 연출한 외양간, 달빛나귀 전망대 등이 있었죠.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마치 소설 속 장면으로 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이은율 학생기자‧이준율 학생모델의 김유정 문학촌 방문기
김유정 문학촌을 찾아 작가에 대해 알아본 이은율 학생기자.

김유정 문학촌을 찾아 작가에 대해 알아본 이은율 학생기자.

"이효석 문학관에서 오랜만에 평온함을 한껏 느꼈어요. 그 여운이 가실세라 춘천 김유정 문학관도 방문했죠.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 문학작품 관찰하기 단원에 김유정 선생님의『동백꽃』이 나옵니다. 작품을 읽으며 독후감을 썼을 때가 처음 김유정 선생님을 만나게 된 때죠.『동백꽃』은 17살 소년·소녀의 순박한 사랑을 주된 정서로 그려냈고, 독창적이고 해학적인 문학요소가 가득한 매력적인 작품으로 기억합니다."(은율)
 
"저는 문학관을 가기 전에는 김유정이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설레는 맘을 안고 김유정 문학촌을 갔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여기가 김유정 문학촌임을 알려주는 명판. 잘 보존된 생가부터 마을 곳곳에 있는 실레길 산책로까지‧‧‧ 옛날 시골 마을로 순간이동한 기분이 들었어요."(준율) 
작가의 대표작인 『봄봄』이 귀여운 책 모양으로 장식됐다.

작가의 대표작인 『봄봄』이 귀여운 책 모양으로 장식됐다.

문학촌엔 소설 속 모습을 재현한 동상들이 있어 작품 내용이 떠오르면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죠. 김유정 선생님의 소설이 더 생생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선생님의 삶도 짚어보고, 일제 치하에서도 꿋꿋하게 잃지 않으려 했던 선생님의 맑은 정신도 새겨보며, 조상들의 참된 정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이효석 선생님도 일찍 돌아가셨는데 김유정 선생님도 모진 병마와 가난에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사셨죠. 하지만 그분들의 작품 세계 만큼은 우리 문학사에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문학은 책으로만 읽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학관을 방문해 작가의 가족사와 유년시절을 듣고 나니 작품이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았죠. 작가의 삶 또한 친근하게 느껴져 작품이 더욱더 궁금해졌고요. 문학작품이 좀 어렵다 생각되는 친구가 있다면 문학관 탐방을 적극 추천합니다. 문학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무수히 많은데요. 고전부터 현대 작품까지 웬만한 작품은 다 영화화되고, 한 작품이 여러 번 리메이크되기도 합니다. 작가의 삶을 다루거나 재구성한 영화도 있죠. 원작을 보고 영화를 찾아 보기도 하지만 원작은 보지 않고 영화만 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빌리면 조금 어려운 문학작품도 더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유소윤 학생기자의 영화 ‘동주’ 감상기
2016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 작가로 활약했다.

2016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 작가로 활약했다.

영화를 보기 전 윤동주 시인은 단순히 유명한 작품을 많이 썼다고만 알고 있었어요. 사실 윤동주 시인이 이런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죠. 일제의 탄압을 받으며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윤동주는 매일 밤 시를 쓰죠. 그러던 어느 날 일제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혀 조사를 받게 됩니다. 죄가 없다며 반발해도 일본 경찰이 믿어줄 리 없었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힙니다. 결국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형무소에서 의문의 주사를 맞고 죽게 되는데요. 아직까지도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이 주사로 약 1800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주변의 강요와 탄압으로 인해 훌륭한 실력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가 참으로 안타까웠죠.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재능을 발휘해 유명해질 수 있었을 텐데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화를 본 후 기분이 매우 애절해졌어요. 흑백 화면 속에서 시를 쓰며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그려나가는 윤동주의 모습이 인상 깊으면서도 슬펐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일본 경찰에게 취조당하는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처럼 꿈을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죠. 저는 평소 문학작품을 좋아하고 많이 읽기는 했지만 두껍고 어려운 내용이 많은 경우 어린 학생들이 읽어 내려가기 힘들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라면 문학작품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고 영화 ‘동주’처럼 그들의 위대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보다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오예진 학생기자의 영화 ‘작은 아씨들’ 감상기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됐고, 그레타 거윅 감독이 다시 리메이크해 올해 초 많은 사랑을 받은 ‘작은 아씨들.’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됐고, 그레타 거윅 감독이 다시 리메이크해 올해 초 많은 사랑을 받은 ‘작은 아씨들.’

평소 좋아하던 작품인데, 영화로도 나와서 보게 됐죠. 책에는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신 장면까지 나왔는데 영화에서는 그 뒷부분이 나왔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어요. 책을 읽을 때는 그림이 많이 없어서 상황들을 직접 상상하면서 읽어야 했는데, 영화는 배우들이 연기하니까 훨씬 생동감이 넘치고 이해가 잘된 것 같아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조금 안타까워요. 첫째 메그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장녀라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꿈을 포기했죠. 둘째 조는 글을 잘 써서 작가로 성공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막냇동생에게 양보한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셋째 베스는 성홍열로 일찍 죽은 것이 마음 아파요. 막내 에이미, 때로는 막내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점도 있죠. 만약 돈이 많은 집이었다면, 네 자매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과연 꿈을 이뤘다고 행복했을까요.가끔 저도 우리 집이 더 부유했더라면,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작은 아씨들’을 보고 돈이 결코 행복의 기준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학작품이라고 하면 늘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등장인물이 쓰는 언어도 조금 낯설었던 게 사실이죠.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문학작품을 접하니,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인물들을 눈으로 보고 들으며 훨씬 더 생생하고 친근하게 감정이입하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죠. 물론 소설로 접했을 때는 제 상상력이 더 발휘돼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같아요. 저처럼 문학작품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책을 읽은 후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훨씬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고, 작품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또 이 감상문을 쓰면서 한 번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죠. 영화나 책, 또는 다른 문학작품을 접하면서 이렇게 감상문도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윤동주 작가의 『별 헤는 밤』에 영감을 받아 만든 북퍼퓸(책에 뿌리는 향수).

윤동주 작가의 『별 헤는 밤』에 영감을 받아 만든 북퍼퓸(책에 뿌리는 향수).

문학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굿즈 상품을 소유하며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마스킹 테이프·보틀·캔들·포스트잇·떡메모지·노트·뱃지·필기구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문학 굿즈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도 생겼습니다. Wearingeul(글입다)는 문학작품을 활자 그대로 읽기보다 공감각적으로 해석하고 풀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문학의 향은 어떨까, 문학의 색은 어떨지 고민하고 굿즈로 선보여 사랑받고 있습니다. 안동혁 대표는 “문학작품을 교과서에서만 읽고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시집 한 편 읽기 힘든 게 현실이에요. 전체를 다 소비하는 문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짧게나마 문학의 정수를 좀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 장들을 만들고자 디자인제품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Wearingeul의 시그니처 제품은 책에 뿌리는 향수, 혹은 책에서 영감 받은 향수라는 뜻의 ‘북퍼퓸’. 윤동주·백석·이상 등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을 향으로 바꿨고, 세계 명작 시리즈도 나왔죠. “문학을 꼭 작가가 의도한 대로 그냥 글자만 봐야 할까, 다른 방식으로 문학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향과 접목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책을 읽을 때 향을 같이 입혀서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죠.” 인기에 힘입어 콘셉트를 따라 만든 제품들도 생겼다고 해요. 가장 인기 있는 향은 전체 판매량의 60~70%를 차지하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라고. 가을밤 호숫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모티브로 해서 향이 청량하며 호불호가 적고, 작품과 매칭도 잘됐으며 작가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요. “‘노인과 바다’는 향은 나쁘지 않은데 제목에 노인이 들어가다 보니까 쾨쾨한 향이 날 것 같다며 인기가 없어요.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도 절 냄새가 난다며 호불호 갈린다는 평이 있죠.”  
윤동주 시인의 시집과 굿즈를 하나의 선물 꾸러미처럼 구성한 ‘동주의 소포’(위 사진).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만년필 잉크. 시에서 느껴지는 색감과 시어의 분위기를 담은 색상을 표현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과 굿즈를 하나의 선물 꾸러미처럼 구성한 ‘동주의 소포’(위 사진).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만년필 잉크. 시에서 느껴지는 색감과 시어의 분위기를 담은 색상을 표현했다.

최근엔 ‘문학에 색을 입다’라는 프로젝트로 윤동주·이상의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한 만년필 잉크를 개발했는데요. 나머지 프로젝트도 기획 중이죠. “시에서 느껴지는 색감과 시어의 분위기를 담은 색상을 표현했어요. 기대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아 사람들이 이런 시도를 좋아해 주는구나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동력이 된 것 같아요.” 문학 굿즈를 구입하는 사람의 70~80%는 여성이라고 합니다. 특히 20대가 많고 30대 이상 연령층이 높아지는 추세죠. “문학작품이 친숙해서 그런지 10대들의 구입도 생각보다 많은 편이에요. 팬덤처럼 어떤 시인의 굿즈는 무조건 다 수집한다는 사람들도 있죠.” 문학 굿즈가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 대표는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드하게 이 부분에 화자가 의도하는 바가 뭐고, 이건 무슨 어조고 이런 것을 판단하기보다 작품의 이런 부분이 좋았고 이런 느낌이 좋아서 간직하고 싶은 거죠. 또 다른 감상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명작을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작품도 많아지고, 원형을 어떻게 변형해서 새롭게 소비하느냐가 요즘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이것도 문학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죠.”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타자연습에서만 보던『메밀꽃 필 무렵』을 쓰신 이효석 작가의 문학관을 가봤어요. 작품만 알고 작가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평소 우리나라 소설보다 외국 소설을 더 많이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앞으로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찾게 될 것 같아요.    오예진(서울 묘곡초 6) 학생기자
 
문학관에 가기 전에는 이효석에 대해 잘 몰랐고,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했는데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글을 썼던 사람이었죠. 서양 문물에 해박한 지식도 가지고 있는 분이었어요. 문학관을 다녀오고 난 후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신의 생각과 심리를 글로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효석 작가 외에도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학가들이 누가 있는지 좀 더 알아보고 싶어요.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
 
짧은 생을 살면서도 수많은 작품을 쓰신 이효석 작가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많이 들었죠. 이효석 문학관에 전시된 연표와 선생님께서 쓰신 책들, 메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며,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의미가 있었어요. 특히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신 해설사 선생님 덕분에 유익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은율(경기도 안산성호중 2) 학생기자  
 
봉평은 들판이 너무 예뻐 가족들과 가끔 들리는 장소인데 취재로 오게 되니 더 설렜죠. 이효석 선생님이 많은 작품을 쓰신 분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죠. 꽃이 피지 않은 들판도 아름다웠지만 꽃 피는 가을에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죠.    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 학생모델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