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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만에 첫 상임위장 단독 선출 D-1…민주 "인내 끝났다"

중앙일보 2020.06.14 17:59
176석 슈퍼 여당은 1967년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할까.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의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를 24시간 남긴 14일 오후 2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국민을 살리기 위해 결단해야 할 때”라며 “내일 원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의 과감성 있는 국회 운영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원 구성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원 구성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오종택 기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의 시간을 드린다”고 했지만, 여ㆍ야는 이날까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의장이 이미 “다음주 15일 월요일에 본회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다 민주당이 “인내의 끝이 왔다”(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인 이상 15일 상임위원장 선출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민주, 예결위원장도 다시 가져가나

관심은 15일에 상임위원장 몇 자리를 채우느냐다.
  
지난 12일 민주당은 통합당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통합당은 의원총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내준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거절했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지난 3~4일간 많은 협의를 거쳐 우리는 내줄 수 있는 걸 다 내줬다”며 “(이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압박이다.  
 
단독 선출로 가더라도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는 것은 “의회 독재”(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라는 비판 여론의 부담이 큰 만큼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는 비워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워두는 자리가 12일 제안(예결위ㆍ정무위ㆍ국토위 등 7개) 그대로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고심하는 대목은 예결위원장 자리를 회수할지 여부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15일은 3차 추경을 위한 상임위 차원의 예산 심의가 시작됐어야 하는 날”이라며 “이미 3~4일이 지연된 상태에서 예결위원장 자리를 내어주면 ‘6말 통과 7초 집행’이라는 추경 일정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통합, “법사위 절대 사수”

민주당의 압박에도 통합당은 “17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주더라도 법사위원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게이트키퍼 역할을 위해 법사위는 반드시 통합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여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국회가 되지 않도록 의회 조율자로 살아온 박 의장이 합의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법사위를 포기하고, 산자위를 가져오는 선에서 원구성에 합의했으면 좋겠다”(장제원 의원)는 현실론도 나왔지만, 여전히 당내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사위 사수론’에 힘이 실린다. 4선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떡고물 같은 몇몇 상임위원장을 대가로 야당의 존재 가치를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병석 의장의 선택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몇 개의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할지는 박 의장의 결정이다. 박 의장 입장에선 무작정 여ㆍ야의 협상을 기다리며 국회 공전시키는 것도, ‘중립’을 포기한 채 단독 원구성의 문을 열어주는 것도 모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앞서 박 의장은 국회의장 입후보 입장문과 취임사에서 “일하는 국회”“코로나19 조기 종식과 경제위기 극복”“속도가 생명”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 사례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7년 7대 국회 때 한 차례 확인된다. 통합당은 “우리 당 출신이 국회의장을 할 때 이렇게 (야당에) 압박을 가한 의장이 있었는가”(12일 주호영 원내대표)라면서, 민주당은 “과감한 결단을 요청한다”(14일 송갑석 대변인)며 각각 박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한 박 의장이 15일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논란의 핵심인 법사위원장만 선출한 뒤  추가 협상의 시간을 부여하는 방안, 민주당 요구대로 10~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안 정도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 인사는 “어떤 방안도 야당의 거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며 “상정 건수를 최소화해 중립성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취할지, '일하는 국회'를 위해 여러 상임위를 가동할지 선택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장혁·손국희·김홍범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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