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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0'이냐 '11대7'이냐…법사위 묘수 못찾는 협상가 주호영

중앙일보 2020.06.14 17:27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진두에 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본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고 벼르는데 마땅한 묘수(妙手)가 보이지 않아서다.
 
정치권에서 ‘유연한 협상가’로 통하는 주 원내대표이지만 대여 협상에서 진척이 없자 당 일각에서는 “주도권을 민주당에 계속 내주고 있다(통합당 재선 의원)”는 불만도 나온다. 민주당의 압박을 마주하고, 뒤로는 당내 불만까지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가 협상에 애먹는 것은 애초에 손에 쥔 대응카드가 별로 없어서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협상의 여지를 주고, 양보하는 것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며 “176석을 가진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직은 원래부터 우리 것’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인 법사위를 대여 협상 카드로 쓸 수 없다는 점도 주 원내대표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실제 통합당 내에서는 “마지막 남은 견제 창구인 법사위원장직을 포기하는 것은 통합당의 존재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위기감이 만연해 있다. 특히 의정 경험이 있는 재선,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사위를 놓치는 순간 4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거세다. 당 관계자는 “17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다 가져가더라도 법사위는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 입장에선 법사위를 포기하는 대안을 당내에 제시하는 순간 거센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왼쪽)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배 정책위의장. 임현동 기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왼쪽)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배 정책위의장. 임현동 기자

실제 지난 12일 통합당 의총에서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 제시안’을 테이블에 올리자 반발이 거셌다.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대신 예결위, 국토위, 교육위, 정무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을 통합당에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야당 몫 국회 부의장에 내정된 정진석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부의장을 안 해도 좋다”고 했고, 뒤이어 “법사위를 제외한 안은 받을 수 없다”는 중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를 놓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동물국회 주도세력이 합의안을 거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일방적인 제안에 대한 당연한 반발이었다”며 “마치 주 원내대표가 일부 세력에 휩쓸리는 것처럼 몰아가는 언론 플레이”라고 반박했다.
 
통합당 내에서 민주당과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온건론’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사위를 지킨다는 걸 전제로 한다. 몇몇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법사위를 지키지 못할 경우 ‘플랜 B’를 가동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산발적인 목소리에 가깝다. 게다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18개 상임위 독점’ 등이 거론되자 타협에 무게를 뒀던 의원들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 거부감이 생기면서 타협하자는 당내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사위 이미지. [중앙포토]

법사위 이미지. [중앙포토]

통합당 일각에선 법사위원장 임기를 쪼개는 안도 제시되고 있다. 초선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에 전반기에는 예결위를, 후반기에는 법사위를 주는 절충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3선의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협상카드가 될 순 있지만, 초반 2년을 통합당에서 맡아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같은 안에 부정적이다.  
 
주 원내대표의 협상력은 15일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의총 등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과 대안을 계속 수렴해보겠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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