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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덩치 키운 '제약·바이오주'…공매도 재개되면 조정?

중앙일보 2020.06.14 17:23
지난 3월 제약·바이오주 투자자들은 연일 울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약사의 영업 활동 중단, 국내외 학회 취소, 임상 시험 차질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해서다. 그런데 최근 투자자들은 정반대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등장에서 제약·바이오 주가가 치고 나오더니 시장 '주도주'가 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석 달 새 120% 치솟아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 12일에는 80만원을 넘겨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53조2628억원으로 불어나 시총 2위 SK하이닉스(62조258억원)와의 격차를 8조원대로 좁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의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위탁 생산하는 확정의향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의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위탁 생산하는 확정의향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KRX 헬스케어 지수, 1년8개월 만의 최고

빨갛게 달아오른 제약·바이오주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고공 행진하며 한국 증시를 이끄는 모양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코스닥의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는 4275.44를 기록했다. 2018년 10월 1일(4298.77) 이후 1년8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3월 19일과 비교하면 95.5%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국내 바이오 업종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셀트리온은 지난 12일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4위에 올라섰다. 3월 19일 대비 주가 상승률은 112.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6.3%)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코스닥 시장에선 제약·바이오 종목이 시총 상위 5위를 독식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셀트리온제약과 에이치엘비, 알테오젠, 씨젠이 뒤를 이었다.
 
과거 제약·바이오주를 주로 사들인 게 개인 투자자였다면, 이번 반등장에선 외국인이 힘을 썼다. 외국인은 지난 3월 19일 이후 셀트리온(5038억원)을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885억원으로 2위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셀트리온제약(1632억원), 에이치엘비(1050억원)가 외국인 순매수액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KRX 헬스케어 지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KRX 헬스케어 지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치료제 개발 기대에 임상 진전 소식 나와

증권가에선 제약·바이오 업종이 코로나19 사태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본다. 박재경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코로나19로 취소될 것이라고 예상된 국제 학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돼 악영향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기에 둔감해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된 곳도 거의 없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약 6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234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고, 셀트리온은 1202억원으로 55.4% 급증했다.  
 
이달 제약·바이오 업체가 임상시험 진전 소식 등 호재를 쏟아낸 것도 주가에 탄력을 더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개발에 나서기로 한데다, 기존 주력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뒤를 잇는 후속 제품에 대한 글로벌 임상에 돌입했다. 지난 11일엔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일 스위스 소재 제약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주요 제약·바이오주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요 제약·바이오주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 이어질 듯

앞으로 주가 흐름은 어떨까. 코로나19 백신 등 임상 결과에 따라 종목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개발 계획이 쏟아져 업종 전반이 올랐다면, 하반기에는 그 결과물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 달 SK바이오팜의 코스피 상장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소식으로 꼽힌다. 공매도 재개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다. 올 초 코로나19로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정부는 지난 3월 16일부터 6개월간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 초부터 공매도 금지 전까지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공매도 과열 종목은 총 392개로, 그 중 제약·바이오 업종이 18%(71개)에 달한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과열 종목은 직전 분기보다 공매도 비중이 3배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이 5배 이상 증가한 종목을 말하는 만큼 바이오는 공매도 금지로 혜택을 받은 업종"이라며 "이 때문에 9월 중순 공매도가 재개되면 성과가 있는 종목만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면 바이오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은 각각 190배, 76배나 된다. 코스피(12.5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추후 임상 시험에 문제가 생겨 중단되거나 실패하면 막대한 투자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연구원은 "검증된 임상 시험 등을 뚫고 최종 시판에 성공하면 주가 '대박'이 터지지만, 실패하면 해당 종목뿐 아니라 다른 바이오주도 동반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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