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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 것들과 결별"···김정은 남매는 '11월 이후'를 노린다

중앙일보 2020.06.14 17:04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내고 “련속(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 들과 결별할 때가 된듯하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북남공동련락사무소(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볼 것”이라며 “다음 계획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일명 삐라) 살포에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낸 이후 열흘도 안 돼 대남 도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전날 장금철 통일전선부장도 담화를 내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은 남조선 당국에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김여정의 두 차례 담화와 이선권 외무상(12일)-장금철 통전부장(13일)의 대미·대남 담화 등 이달 들어 북한 고위급의 '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위협했던 북한이 6개월 만에 대남 도발이라는 ‘올드 플레이 북’을 꺼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①대남 도발 ‘마이웨이’ 선언한 북한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에 모인 북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군중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에 모인 북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군중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은 13일 담화에서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 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당장 군 총참모부를 거론한 만큼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는 군사 도발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측은 통일부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추진(4일)→탈북단체 설립 취소ㆍ수사 의뢰 발표(10일)→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대북전단 살포 엄정 대응”(11일)까지 김여정의 4일 담화 이후 신속하게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북전단은 일종의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장성택 사망 이후 대북 삐라의 내용은 지금보다 훨씬 독했다”며 “단거리 미사일은 이미 3~4월에 효과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남북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포 사격 훈련 또는 꽃게잡이 철 어선 단속을 핑계로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의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과거 북한은 미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해 새로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를 지렛대로 삼아 왔다”며 “다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있었고, 트럼프의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과거와 같은 대형 도발의 시점을 가늠하지 못 하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②11월 미국 대선 이후 협상 입지 다지기

북한군의 장사정포 훈련 모습. 북한은 지난해 12월 9·19 군사 합의 위반에 해당되는 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으나 한국 정부와 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군의 장사정포 훈련 모습. 북한은 지난해 12월 9·19 군사 합의 위반에 해당되는 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으나 한국 정부와 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의 남측 흔들기는 내년 새롭게 출범하는 미 행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입지를 다져가는 수순일 수 있다. 대화 테이블에서 갑자기 칼을 집어 들고, 칼을 내려놓게 하는 것부터 협상하자는 게 과거 북한의 반복된 패턴이라는 것이다.
 
다만 유엔 안보리 위반에 해당할 정도의 도발은 한국·미국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일 수 있어 ICBM이나 핵 실험 등 ‘레드라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은 지금 새로운 게임을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것”이라며 “11월 대선 이후 미국과의 협상 입지를 우위에서 시작하기 위한 조치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머지않아 중간 강도 수준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되면 새 미국 대통령 취임 때까진 한국이 어떤 방법을 써도 북한이 한국말은 듣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선권 외무상은 12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백악관 주인’, ‘미국 집권자’ 등으로 표현하며 처음으로 비판조로 거론했다. “우리는 다시는 대가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 “실천 없는 약속보다 위선적인 것은 없다”고 비난하면서다. 
 
북한은 12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서도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했다. 미 N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도박이 파산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중앙포토]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중앙포토]

 
물론 상당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체스판을 완전히 뒤엎겠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향해서는 지난해 11월 “지랄 발광을 하는 미친개”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적도 있다.
 

③“미국, 신경 쓸 여력 없어…상황 관리로 갈 것”

상황이 이렇지만, 대선을 5개월 남긴 상황에서 미국이 움직일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북한 이슈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가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의 최근 행동에 실망했다”며 “북한이 외교와 협력의 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낸 정도다.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차두현 연구위원도 “미국은 백악관부터 국무부까지 북한의 담화에 크게 신경을 쓸 여지가 없다”며 “북한도 미국을 향해서는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아지지 않도록 대선 때까지 편히 놔두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대선이 5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큰 도발이 있으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유화적인 입장으로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도 그걸 알고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유정ㆍ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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