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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또 "쌍용차 손 떼겠다"…정부는 지원 명분 딜레마

중앙일보 2020.06.14 17:04
지난 1월 방한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당시 고엔카 사장은 산업은행을 방문해 쌍용차의 회생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방한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당시 고엔카 사장은 산업은행을 방문해 쌍용차의 회생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가 다시 한번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대주주마저 떠날 채비를 하며, 쌍용차는 '길 잃은 양' 처지가 됐다. 결국 정부 지원 없인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쌍용차에 투자하기로 한 2300억원 철회를 밝히면서 했던 말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또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은 파트너십을 모색하거나 접을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는 1분기 순손실이 1935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는 이날 나온 마힌드라 측의 발언을 "쌍용차 경영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5%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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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쌍용차가 기댈 곳은 정부 지원뿐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항공·해운에 우선 지원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등 업종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추가하기로 했다. 
 

마힌드라, 한국GM처럼 정부 지원 기대

완성차 업체의 경영 악화는 곧바로 8000여 개에 이르는 1·2·3차 하도급업체로 이어지는 만큼 자동차는 지원 업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쌍용차는 지난해 말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내,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애매한 측면이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는 그 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더 악화한 건 사실"이라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공고가 나면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힌드라의 잇따른 '새 투자자 모색' 발언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힌드라가 손을 떼면 쌍용차 5000명을 포함해 부품사까지 약 1만명의 고용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당장 쌍용차는 다음 달 산업은행에 차입금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산은은 2018년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자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선례가 있다. 당시 산은의 지원 명분도 고용 유지였다. GM은 한국에서 10년 이상 잔류와 함께 신차 2종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문재인 정부의 어젠다가 '일자리 창출'인 만큼 정부가 쌍용차의 고용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쌍용차는 2009년 옥쇄파업으로 해고한 인원을 최근 복직시켰다. 최근 들어 고용 인원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4일, 2009년 파업으로 해고된 근로자들이 11년 만에 복직해 쌍용차 평택 공장에 출근했다. 뉴스1

지난달 4일, 2009년 파업으로 해고된 근로자들이 11년 만에 복직해 쌍용차 평택 공장에 출근했다. 뉴스1

쌍용차 딜레마 "지원할 명분이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쌍용차는 2009년 파업에 대한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 인력 감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며 "결국 정부가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국GM은 회생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쌍용차는 정부 지원에 대한 마땅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게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원을 전제로 구조조정·정상화 계획을 요구하는 게 정상이지만, 쌍용차는 지금 내놓을 답이 없다"며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으로 생명을 연장한다 해도 쌍용차의 미래 비전, 경쟁력은 안갯속이다.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 전기차 1개 모델(프로젝트명 'E200')과 하반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또 쌍용차의 강점이었던 SUV 부문에선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원해서 살릴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마음마저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그러나 "덩치를 줄이고 내수 시장에 특화한 모델 1~2종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회생의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 센터장은 "2교에서 1교대로, 주 5일 근무에서 4일 근무 등으로 생산 규모를 다운사이징 해 비용을 최소화한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티볼리의 성공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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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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