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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안에 갇힌 아이들…밖보다 공기질 최고 5배 나빠

중앙일보 2020.06.14 16:00
김진희씨가 집에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왕준열 기자

김진희씨가 집에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왕준열 기자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김진희(38) 씨는 5달 넘게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자녀들이 학교 가는 날이 거의 없다 보니 숙제를 돕고, 자녀와 놀아주고, 하루 세끼를 챙기는 게 모두 김씨의 몫이다. 
 

[미세랩] 아파트 실내공기질 괜찮을까?

김씨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1시간 정도 빼고는 집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하지만 아이들이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실내공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실내공기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각종 오염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해마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430만 명)이 실외 공기 오염 사망자(370만 명)보다 많다.
 
중앙일보 먼지알지(https://mgrg.joins.com)는 일상생활에 따라 아파트 실내 공기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다. 4인 가족이 거주하는 32평 넓이의 아파트를 실험 장소로 정하고 거실에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를 설치했다. 청소, 의류 및 침구 털기, 요리 등 집안에서 자주하는 활동을 하면서 실내공기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아울러 아파트 밖 공기질을 측정해 실내외 공기질을 비교했다.

 
※자세한 실험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 밖보다 미세먼지 최고 5배 치솟아

의류 및 침구 털기 이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왕준열 기자

의류 및 침구 털기 이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왕준열 기자

먼저 집에 있는 옷과 수건 등을 털었다. 곧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25.9㎍(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에서 ‘나쁨’ 수준인 133.9㎍/㎥까지 올라갔다. 비슷한 시각 실외 미세먼지 평균 농도(40.2㎍/㎥)보다 3배가량 높았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 농도엔 큰 변화가 없었다.
 
청소 이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왕준열 기자

청소 이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왕준열 기자

이어 진공청소기로 집안 곳곳을 청소해봤다. 미세먼지 농도가 70㎍/㎥까지 올라갔지만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초미세먼지 농도에도 거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 동행한 전문가는 “최근에 출시된 진공청소기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필터를 장착하고 있어서 공기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요리 이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왕준열 기자

요리 이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왕준열 기자

마지막으로 주방 후드를 켠 상태에서 가스레인지로 생선을 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 있던 미세먼지 측정기 수치가 요동쳤다. ‘매우 나쁨’(151㎍/㎥~) 수준인 189.3㎍/㎥까지 수치가 치솟았다. 외부 미세먼지 농도의 다섯 배에 육박했다. 초미세먼지도 ‘매우 나쁨’(76㎍/㎥~)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114.3㎍/㎥를 기록했다. 
 
이윤규 건설기술연구원 박사(실내환경연구학회장)는 “기름기가 있는 조리를 할 때는 조리 방식에 따라서 매우 많은 유증기 성분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며 “매우 나쁨 수준인 초미세먼지 농도보다 10~2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엔 아파트 환기설비 활용

아파트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모습. 왕준열 기자

아파트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모습. 왕준열 기자

깨끗한 실내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하루에 세 번, 30분 이상 환기하라고 권한다 
 
문제는 여름철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창문을 열면 더운 공기가 들어와 냉방 에너지의 손실이 커 환기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아파트에 설치된 환기설비를 활용하면 좋다. 2006년 이후 신축된 100세대 이상 아파트에는 환기설비가 의무화됐다. 탁한 실내공기를 내보내고 바깥 공기를 필터를 통해 정화한 후 유입시키는 장치다. 대부분 열교환 시스템이 장착돼 냉방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날 실험이 진행된 가정에도 환기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환기설비는 실내공기질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조리 이후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상태에서 환기설비를 틀었다. 
 

환기설비는 필터 등 주기적 관리가 중요 

한 아파트 가정에 설치된 환기설비 내부 모습. 왕준열 기자

한 아파트 가정에 설치된 환기설비 내부 모습. 왕준열 기자

5분 정도 지나자 미세먼지 농도는 20% 정도 떨어졌지만, 여전히 ‘매우 나쁨’ 기준을 웃돌았다. 환기설비를 뜯어보니 곳곳에 녹이 슬고 필터도 오랫동안 교체되지 않은 듯 때가 껴있었다. 관리가 소홀하다 보니 공기질 개선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 아파트 24곳의 환기설비를 점검한 결과, 4곳은 필터가 아예 없었고, 나머지 20개 필터도 최소 2년에서 9년까지 교체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일부 필터에선 곰팡이가 발견될 만큼 위생이 엉망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환기설비 필터의 권장 교체 주기는 약 3~6개월이다.
 
이 박사는 “가정에 환기시스템이 설치된 경우 열교환기를 통해 냉방에너지 낭비를 줄이면서 환기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필터가 오염되면 깨끗한 공기 대신 오염된 공기가 공급될 수도 있어 필터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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