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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뒤 닫혔던 서해 해안포 다시 열리나

중앙일보 2020.06.14 15:10
국방부는 14일 “한반도 평화 정착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4일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전반기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정경두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4일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전반기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정경두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 측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군사적 동향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앞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비태세를 점검한 뒤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국방부가 '9ㆍ19 군사합의'(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의 준수를 강조한 이유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인 이 합의를 대남 협상용 카드로 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9ㆍ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했다. 남북한군 사이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5개 분야의 조치들이 들어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단계적 대적 사업 계획으로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ㆍ19 군사합의' 파기를 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9ㆍ19 군사합의' 파기는 북한이 가장 마지막으로 던질 카드로 판단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한은 '9ㆍ19 군사합의'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함께 들고 나왔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6월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의 김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6월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의 김 제1부부장. [연합뉴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9ㆍ19 군사합의'를 끝내는 것을 전제로 북한 총참모부가 구체적 군사 작전을 짜고 있다고 알린 것”이라며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다급하다는 뜻이며, 또 한국이 빨리 북한이 만족할 ‘제안’을 들고 오라고 재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명분을 쌓기 위해 '9ㆍ19 군사합의' 폐기를 먼저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서해 완충 구역인 창린도에서 포사격 훈련, 지난달 3일 동부전선 DMZ에서 총격 등 이미 두 차례 9ㆍ19 군사합의를 어겼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의 대응이 시원찮을 경우 북한이 예고대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성묵 센터장은 “탈북단체의 전단이 담긴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거나, 서해 완충 구역에서 해안포의 문을 열거나 다시 한번 포사격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대진 교수는 “북한이 철수 후 폭파했던 비무장지대(DMZ)의 경계초소(GP)를 복구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복구공사를 시작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9ㆍ19 군사합의'의 구체적 성과로 꼽히는 GP 철수가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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