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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가 원하면 고객도…" 창업가의 확증편향 어쩌나

중앙일보 2020.06.14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75)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것을 모르는 창업가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창업가는 고객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 늘 고민한다. 이와 관련한 여러 방법 중 ‘사람 중심의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 이하 HCD)’을 소개하고자 한다.
 
HCD는 모든 제품 설계의 중심을 오로지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데 두고 있다. 스타트업 구성원과 협력사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제품의 최종 사용자인 고객을 위해 제품을 만들지 않고 창업가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즉,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돈을 내는 고객이 아닌, 내 월급을 주는 사장을 위해 제품 설계를 하고 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창업가 스스로가 제대로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고 그들과 수시로 소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실상은 여러 이유로 인해 아집과 편견, 오만에 빠져 지속해서 이와 같은 역량을 유지하지 못한다.
 
바나나 보관 케이스. [사진 레딧]

바나나 보관 케이스. [사진 레딧]

 
창업가: 오늘 지하철에서 뭉개진 바나나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을 봤어. 바나나 보관 케이스를 만들어서 대박 쳐야지.
직원1: 기가 막히십니다. 당장 제품 개발에 착수하겠습니다.
직원2: 바나나 보관 케이스이니 색깔을 노란색으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창업가: 좋았어! 역시 내 사업 감각은 훌륭해!
고객 : ???
 
고객의 문제를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관찰하려고 생각하지 않는 창업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HCD는 고객이 가진 문제부터 해결책까지 온전히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창업가는 고객이 원하는 여러 해결책 중 무엇을 창의적으로 개발해 제시할 수 있느냐를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놓고 고객이 무조건 쓰도록 강요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원할 것이라고 과도하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고 HC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품개발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고객 관찰·소통과 제품 출시에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에 동참하고 본의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의 목표와 고객 문제 해결책 창출에 집중하는 것이 혼란과 비효율을 방지하는데 매우 중요할 것이다. 고객의 대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스타트업이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지 명심하고 또 명심하게 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업무 초기에 나타나는 애매모호한 의견이 오히려 과도한 경직성을 방지해 중요한 인싸이트를 발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여러 가능성에 대해 개방적 입장을 취하는 것에 따르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제품 출시 실패에 따른 비용보다 클 수는 없을 것을 상기하면 훨씬 전향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기업 IDEO의 HCD Flow.

기업 IDEO의 HCD Flow.

 

더 많이 이해할수록 추측의 오류 줄어

문제를 발견하고 이해함을 시작으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HCD의 흐름이다. 고객 중심의 제품 개발이 아닌, 창업가 독선 으로 제품 개발을 하는 경우 위 그래프의 마지막 단계인 실행 단계에만 스타트업 조직 전체가 집중한다. 영감과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서 제기되는 구성원의 끝없는 질문과 의견이 프로세스 지연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실행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이게 될 것이다.
 
HCD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빠른 실행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내고, 심지어 피버팅(Pivoting)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어떤 경우 적절치 않은 방법일 수 있지만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 중심의 제품개발을 스타트업이 내재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간략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경쟁 제품을 면밀히 사용해 보고, 이에 대해 고객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해결책을 고객에게 제시하며 이에 대한 기능성과 상품성 등을 고객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의 의견과 반응을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반영시켜 고객이 해당 제품 개발 과정에 대한 유대감을 갖도록 한다
-스타트업이 수행한 일련의 과정을 문서화하고 매뉴얼화해 많은 구성원의 생각을 모두가 눈으로 목격할 수 있게 하고 지속해서 개선하게 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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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필진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창업의 길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만만히 봤다가 좌절과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그 창업은 돈이 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소용돌이치는 기업 세계의 시대정신은 스타트업 정신입니다. 가치, 혁신, 규모가 그 키워드입니다. 창업에 뛰어든 분들과 함께 하며 신나는 스타트업을 펼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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