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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그곳···'투스타'도 40㎏ 짊어지고 뛴다

중앙일보 2020.06.14 05:00
 
 
 
땅바닥에 몸을 던진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날 순간 다시 튀어 오른다. 쉴 틈은 없다. 허리를 숙여 기어가고, 양손에 탄약통을 들고 뛴다. 무거운 부상병을 어깨에 메고 뛰거나 끌고 간다. 전쟁터와 다르지 않았다. ‘투스타’ 사단장도, 엊그저께 전입해 온 이등병도 예외는 없다.
 
전장순환운동에 참가한 신희현 육군 36사단장이 의류대를 끌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전장순환운동에 참가한 신희현 육군 36사단장이 의류대를 끌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지난달 27일 강원도 원주 육군 제36사단에서 열린 전투 임무 위주 체력단련 경연대회를 다녀왔다. 36사단은 다른 부대에 없는 특별한 체력 단련 방법도 추가했다. 먼지와 땀이 섞여 더없이 고단한 현장을 함께 해봤다.
 
전투 임무 위주 체력단련은 지난해 육군이 도입했는데 실제 전장에서 요구되는 근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밧줄 타기ㆍ레그턱ㆍ전장순환 운동ㆍ240m 왕복달리기ㆍ3㎞ 산악 뜀 걸음ㆍ5㎞ 군장 뜀 걸음ㆍ10㎞ 급속행군 등 다양하다.
 
이날 경연대회는 240m 왕복달리기ㆍ전장순환 운동ㆍ5㎞ 급속행군으로 실력을 평가했다. 실제 전투에 투입되는 26개 팀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어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비교됐다.
 
왕복달리기 종목에 참가한 36사단 장병이 반환점에 도착해 땅바닥에 엎드린 뒤 다시 일어나 반대편으로 뛰어가고 있다. [박용한 기자]

왕복달리기 종목에 참가한 36사단 장병이 반환점에 도착해 땅바닥에 엎드린 뒤 다시 일어나 반대편으로 뛰어가고 있다. [박용한 기자]

 
240m 왕복달리기는 20m 거리를 왕복해 달려 단거리 신속 이동 능력과 무산소 지구력을 배양한다. 대부분의 장병은 세 번 정도 왕복한 뒤부터 힘이 확 달리는 게 보였다.
 
왕복 달리기는 간단하지 않다. 완전히 땅바닥에 엎드려 가슴을 바닥에 닿게 하고 이때 양손을 들어야만 정상 동작으로 인정한다. 이런 방법으로 반대편까지 여섯 번 왕복해야 한다.  
 
대회에 참가한 장병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야구선수가 도루하듯 기준선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내 먼지 바람을 일으킬 순간 없이 다시 튀어 올라 반대편으로 뛰어간다. 완주하는 시간을 1분 2초 이내로 끝내야 특급 기준에 충족된다.
 
36사단에서 열린 전투임무위주 체력단련 경연대회가 진행하는 동안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36사단에서 열린 전투임무위주 체력단련 경연대회가 진행하는 동안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김동하 상병은 “부대에서 체력단련 시간 때마다 진행하고 있고, 최고 기록은 1분 10초대까지 나왔다”며 자신 있게 도전했다. 그러나 취재진 앞에 긴장한 탓일까. 이날 김 상병 기록은 ‘1분 23초’, 경연대회인 탓에 기록 측정에 나선 통제관의 눈빛은 냉정했다.
 
통제관은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김 상병에게 기록을 보여 준 뒤 확인 서명까지 받았다. 서명을 받은 뒤엔 “영화 찍는 줄 알았다. 동작이 너무 크다”며 무심한 듯 그러나 따뜻하게 문제점을 진단해줬다.
 
전장순환 운동은 전투 상황을 재현해 도수운반 및 장애물 극복, 부상자 운반 능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이처럼 실제 전쟁터에서 필요한 체력을 키워가는 운동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른 미군의 사례를 참조해 육군에서 재구성했다.
 
36사단 장병이 전장순환운동에서 엎드려 기어가기 동작을 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36사단 장병이 전장순환운동에서 엎드려 기어가기 동작을 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전력질주ㆍ베어 워크(엎드려 기어가기)ㆍ지그재그 달리기ㆍ환자 끌기ㆍ환자 어깨 메고 달리기ㆍ탄통 들고 내리기ㆍ탄통 들고 달리기 종목을 2분 15초 이내에 완료해야 특급 기준에 충족된다.
 
사단장이 직접 나서 시범을 보였다. 신희현 사단장은 시작에 앞서 “최선을 다해서 젊은 간부들한테 뒤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환자 끌기와 환자 어깨 메고 지그재그 및 직선 달리기는 실제 전쟁터에서 필요한 능력이다. 이날 무게 40kg 의류대가 환자를 대신했다. 신 사단장은 함께 참가한 장교와 다름없이 의류대를 끌고, 메고 달려갔다.
 
전장순환운동에 참가한 신희현 육군 36사단장이 탄약통을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전장순환운동에 참가한 신희현 육군 36사단장이 탄약통을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신 사단장은 무게 15kg의 탄약통을 반복해서 가슴높이로 들어 올리고, 양손으로 들고 달렸다. 그는 완주를 끝낸 뒤 “매일 매일 간부, 병사와 함께하고 있다”며 “내가 먼저 해야 간부를 비롯한 모든 장병이 빠짐없이 체력을 키울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신 사단장의 시범을 보면서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도 전장순환 운동에 도전해 봤다. 처음부터 어려웠다. 엎드려 기어가기를 시도한 순간 무게 중심을 놓치고 땅바닥으로 넘어졌다.  
 
환자를 대신한 의류대는 꽤 묵직했다. 땅바닥과 접촉면이 넓어서 인지 마찰이 심했다. 쉽게 끌려가지도 않았다. 실제 전투현장에서 부상병을 구출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에 메고 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실제 부상병은 40㎏ 의류대보다 더 무거울 거다.
 
전쟁터에서 부족한 탄약을 보충하려면 꾸준히 탄약통을 재빠르게 날라야 한다. 하지만 탄약통을 들어 올리고 양손에 들고 뛰는 건 겉보기와 달리 어려웠다.
 
36사단 장병은 이런 실전 위주 체력단련을 매일 반복한다. 부대 관계자는 “평소 매일 1시간 동안 사단장과 간부, 용사가 모두 참여해 실전에서 요구하는 체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6사단 장병들이 배틀로프 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용한 기자]

36사단 장병들이 배틀로프 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용한 기자]

  
36사단은 독특한 체력 강화법도 도입했다. 무게가 6~12㎏ 로프를 흔드는 배틀로프인데 무거운 로프를 흔들면서 유산소 및 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 36사단에선 부대 곳곳에 로프를 설치해둬 틈틈이 체력을 키울 수 있다.  
 
시범을 보인 장병을 옆에서 지켜보니 재미있는 운동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기자도 로프를 흔들고 좌우로 움직이려 했지만,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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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웅 대위는 “외국군이나 격투기 선수들이 배틀로프를 활용해 전신의 근육과 전투 근육을 향상한다는 것을 듣고 도입하게 됐다”며 “상ㆍ하체 근력 및 근지구력과 심폐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꾸준하고 다양한 체력단련 노력은 효과를 보고 있다. 36사단에선 최근 육군 전투 체력 등급 수준이 평균 1~2등급 향상됐다. 무더운 땡볕 아래 땀 흘리며 전투 준비에 매진하는 장병의 건강을 기원한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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