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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등산인은 다 안다는 이 회사, OO

중앙일보 2020.06.13 08:00
 

[한국의 장수 브랜드] 43. K2

파키스탄·중국에 위치한 K2는 해발 8611m의 산 이름이다. 세계적인 고산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하고 바람이 강해 세계에서 가장 등반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인간이 처음 등정에 성공하는데 걸린 기간(29년)보다 2배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 K2는 인간에게 정복을 허락했다(52년).
 
이렇게 험준한 산인 K2의 국내 상표를 보유한 스포츠·아웃도어(outdoor·야외 활동복) 업체가 K2코리아다. 외국 산 이름을 차용했지만, 지분 100%를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국 기업이다. 이에 대해 K2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험준해서 아무에게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산인 K2의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모티브로, 극한에 도전하는 등산화를 제조하기 위해서 상표명을 K2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수지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트 트렁크에서 K2코리아의 등산화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K2코리아

가수 수지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트 트렁크에서 K2코리아의 등산화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K2코리아

국내 최초 양산 등산화는 ‘로바’

파키스탄과 중국에 위치한 고산 K2를 오르는 산악 원정대. 중앙포토

파키스탄과 중국에 위치한 고산 K2를 오르는 산악 원정대. 중앙포토

K2의 시작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화기술자 고(故) 정동남 한국특수제화(현 K2코리아) 회장이 서울 청계천 변에서 처음 열었던 공장 규모는 영세했다. 재봉틀 3개와 6명의 직원으로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독특한 건 설립 초기부터 정 회장이 이 작은 사업장을 ‘등산화 공장’이라고 칭했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등산할 때 전용으로 신는 신발의 개념이 생소했다. 등산할 때 운동화는 불편한 사람들이 가끔 군화를 신곤 했다. 등산화를 전용으로 제조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K2코리아는 극한에 도전하는 등산화를 제조한다는 목표로 브랜드명을 K2로 선택했다. 사진 K2코리아

K2코리아는 극한에 도전하는 등산화를 제조한다는 목표로 브랜드명을 K2로 선택했다. 사진 K2코리아

하지만 정동남 회장은 본인이 등산하면서 등산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월평균 3켤레의 해외 등산화를 해부하면서 등산화의 소재·구조·디자인을 분석했다.
 
여기서 등장한 제품이 국내 최초의 양산 등산화 ‘로바’다. 정 회장은 해외에서 생산한 군화보다 한국인의 신체적 특징에 부합한 등산화를 개발하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발은 대체로 한국인보다 길고 볼이 좁은데, 정 회장은 길이가 짧고 볼이 넓은 등산화를 개발했다. 
 
또 국내 지형에 특화해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도 부착했다. 덕분에 로바는 미도파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 당시 유명했던 대형 백화점 납품에 성공했다. 청계천 작은 공장에서 시작한 업체가 국내 최초로 등산화를 양산하게 된 계기다.
 

한국 산악 지형에 적합한 등산화 개발

 2019 코볼드 독도 에디션. 사진 K2

2019 코볼드 독도 에디션. 사진 K2

 
그때만 해도 등산화는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들었다. 신발을 만들려면 일단 두꺼운 가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뜨거운 물에 가죽을 담근다. 가죽이 어느 정도 부드러워지면 망치로 가죽을 연신 두들겨 형태를 잡는다. 이를 이중으로 꿰매어 등산화를 제조했다. 워낙 숙련도가 필요한 수작업이라 이때 나온 등산화는 쌀 한 가마 가격과 맞먹었다.

 
대량생산으로 등산화를 양산할 수 있게 된 건 1980년 후반 생산 방법이 달라지면서다. 접착제로 신발 가죽을 붙이면서 분업화가 가능해졌다. 대량생산이 한결 용이해진 것도 이때부터다. 덕분에 K2코리아도 국내 최초 여성 등산화(퀸)와 암벽 전문 등산화(까브리올르) 등 다양한 등산화를 선보일 수 있었다.
K2코리아가 2013년 선보인 워킹화(플라이워크)는 3년간 70만족 이상 팔렸다. 사진 K2코리아

K2코리아가 2013년 선보인 워킹화(플라이워크)는 3년간 70만족 이상 팔렸다. 사진 K2코리아

1990년대 들어서는 소재 다양화에 집중한다. 처음으로 고어텍스(goretex) 등산화를 선보였다. 고어텍스는 열이나 약품에 강한 합성수지를 늘려서 가열해 무수한 작은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방수·방풍 기능을 강화한 원단이다. 고어텍스 원단으로 만든 K2코리아의 등산화(팰콘·솔리드)가 등장하면서 등산화도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견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1999년엔 한국 산악 지형에 적합한 등산화도 개발했다(엑스그립). 유럽의 산은 주로 석회암질이지만 한국 산은 주로 화강암이다. 화강암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마찰력이 좋은 부틸고무 소재의 창이 필요하다. 다만 부틸고무는 쉽게 마모된다는 단점이 있다.
 
K2코리아는 이 점에 착안해 마찰력과 내마모성을 동시에 갖춘 등산화를 내놓는다. 북한이 원색적인 비난을 연일 내놓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때 이 등산화는 남북교류협력사업 구호품의 일환으로 월북(越北)하기도 했다.
K2코리아의 과거 신문 광고 카피. '진정한 등산인은 K2를 안다'는 카피를 사용했다. 사진 K2코리아

K2코리아의 과거 신문 광고 카피. '진정한 등산인은 K2를 안다'는 카피를 사용했다. 사진 K2코리아

‘아무에게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하이킹화를 들고 있는 가수 수지. 사진 K2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하이킹화를 들고 있는 가수 수지. 사진 K2

K2코리아는 2006년 아웃도어 업계에서 이례적인 기록을 수립한다. 당시 1개 업체가 1년에 1~2종의 등산화를 생산하던 시절이다. K2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계절별로 10가지 스타일의 다양한 등산화를 제조했다. 그해 K2코리아는 연간 6만족을 판매했다.
 
K2코리아의 단일 등산화 중 최다 판매 기록을 수립한 제품은 2011년 출시한 등산화 ‘루프’다. 루프는 산행할 때 발목이 뒤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기능과 산비탈에서 미끄러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K2코리아의 등산화 모델인 가수 수지. 사진 K2코리아

K2코리아의 등산화 모델인 가수 수지. 사진 K2코리아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워킹화를 선보인 것도 K2코리아다. 한때 신발은 달리기할 때 신는 러닝화와 등산할 때 신는 등산화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워킹화는 도심에서 운동할 때 신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산에서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이다. K2코리아가 2013년 처음 선보인 워킹화(플라이워크)는 3년간 70만족 이상 팔리면서 워킹화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초경량 하이킹용 신발(플라이하이크 렉스)도 아웃도어 신발의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이 신발은 평소에는 하이킹용 신발로 사용하다가, 산에선 등산화로도 사용할 수 있다.
 
K2코리아는 “루프·워킹화·초경량신발 등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시도한 덕분에 K2 등산화는 국내 등산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며 “신발 중심 브랜드에서 나아가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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