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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승격해도 복지부서 독립 못해. 보건부나 질병처로 높여야"

중앙일보 2020.06.13 07:00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과 만성질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질병관리처나 보건부로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질병관리청 승격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선우 의원 주최 질본 개편안 토론회
전문가들 "질병관리청으로는 한계 분명, 더 큰 그림 그려야"
강 의원 "질병관리청 아닌 질병예방관리청으로 가야"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성균관대 의대 교수), 김동현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한림대의대 교수), 박은철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 등의 전문가들은 12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주최 '질병예방관리청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백 이사장은 이날 발제에서 "질병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가면 행정기관 수준을 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감염병을 비롯한 질병 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에 관련돼 있어 (청으로는 부족하며) 질병관리처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보건의료 정책에 맞게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이 되면 보건복지부의 외청이 되고, 질병관리처가 되면 총리실 소속기관이 된다. 청장·처장 둘 다 차관급이지만 처장은 차관과 장관의 중간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1999년 식약청이 떨어져 나갔고, 2013년 식약청이 농림부의 일부 업무와 합쳐지면서 식약처가 됐다. 
 
백 이사장은 "복지부에 제2차관을 신설한다는데, 이럴 경우 보건 기능을 강화할 것이고, 질병관리청장(차관급)과 갈등이 생길 요소가 있다"며 "질병관리청의 예산권과 인사권의 독립성을 보장한다지만 정책과 예산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권 독립이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를 질병관리청(처)에 통합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위기 분석·예측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2일 민주당 강선우 의원실 주최 '질병예방관리청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전문가들. [사진 강선우 의원실]

12일 민주당 강선우 의원실 주최 '질병예방관리청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전문가들. [사진 강선우 의원실]

김동현 이사장은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인구 집단의 건강을 챙기는 공중보건학적 접근이 없다"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질병 예방을 매우 강조했다. 코로나19, 폭염, 기후변화, 대기오염 등에 대비하기 위해 공중보건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원에서 공중보건위기 평가와 예측 전략 수립, 질병과 손상 감시체계 구축, 지역 중심 질병예방관리와 방역대응 강화 등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처가 돼야 방역과 의료를 결합할 수 있다"며 "공중보건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은철 회장은 "보건복지부 예산의 84%가 복지, 16%가 보건이다. 인력도 6대 4이다. 이 구조로 가면 다음의 감염병 재앙에 대처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업무를 떼내 보건부를 만들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경된다. 보건부로 가는 중간단계로써 질병관리청이나 질병관리처 승격, 보건복지부 제2차관 신설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질병관리청이 돼도 복지부의 보건 쪽 기획·정책 업무와 질병청의 관리 업무가 분리되지 않는다. 보건부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행정안전부의 질병관리본부 개편안을 보면 질병관리청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축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질병관리청이 중수본 역할을 하면서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질병 예방만큼 중요한 게 없다. 건강증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질병관리처로 승격할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건부로 독립해야 하고 이번에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토론회를 주최한 강선우 의원은 “정부 부처의 명칭은 부처의 목표와 핵심 업무, 존재 이유와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이기에 질병관리청이 아닌 질병예방관리청이 되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서 질병 관리의 핵심은 누구 하나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과 방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질병예방관리청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9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 의원은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하면 부령인 총리령의 제‧개정 권한이 생겨 감염병 예방 및 대응 관련 사업과 정책을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질병관리청이 되면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이 돼 예방 등 관련 업무를 이관받지 못한 상황에서 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2일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이광재, 전혜숙, 홍익표, 박광온, 기동민, 강훈식, 장경태, 김영배, 송갑석, 서영석, 이용빈, 허영 의원이 참석해 질병본부 개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광재 의원은 2시간 반 가량 토론회장을 떠나지 않고 경청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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