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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러·우즈벡 진출…관절 치료 K메디칼 ‘힘찬 전도사’

중앙선데이 2020.06.13 00:21 690호 28면 지면보기

[J닥터 열전]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이수찬 대표원장이 선물 받은 우즈벡 전통 모자를 들고 있다. 그는 우즈벡에 첫 민간 병원을 세웠다. 박종근 기자

이수찬 대표원장이 선물 받은 우즈벡 전통 모자를 들고 있다. 그는 우즈벡에 첫 민간 병원을 세웠다. 박종근 기자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차로 4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부하라라는 도시가 있다. 총인구는 30만명으로 우리나라 경주시와 비슷한 규모다. 삶의 모습은 1970~80년대 한국을 닮았다. 대부분 1·2차 산업에 종사하고 5층 이상 고층 건물이 거의 없다. 기대 수명이 74세(우리나라는 82세)에 그칠 정도로 의료 시스템도 열악하다. 종합병원은 도시 전체에 단 한 곳뿐. X선·혈액 검사를 해도 이를 진단·치료할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
 

100억 투자해 100병상 병원 세워
인력 파견, 한국 의료시스템 이식

“에이전시 없이 현지 병원과 소통
경쟁력만 있다면 주저 않고 도전”

이수찬(58)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지난해 11월, 이곳에 100병상 규모의 부하라 힘찬병원을 세웠다.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한국 의료진을 다수 파견해 진단·수술·재활 등 ‘한국형 의료 시스템’을 이식했다. 개원 전 직원들을 100여 차례나 파견할 만큼 공을 들였다. 2년간 투자한 금액만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개원 11년 만에 전국에 8개 분원
 
우즈벡은 정부가 의료 시스템을 통제해 검사·치료비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예를 들어 똑같은 MRI로 진단해도 병원에서 받는 의료비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에겐 목동·강서·부산 등 국내 8개 힘찬병원의 규모를 키우는 게 더 이익일 터다. 앞서 진출한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처럼 ‘돈 되는’ 나라에서 척추·관절 치료만 집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경쟁력만 있다면 남들이 엄두를 못 낼 때 시작해야 한다”라고.
 
뒤돌아보면 이 원장의 인생은 승부의 연속이었다. 전공을 선택하는 것부터 남달랐다. 그는 1990년대 초 정형외과 전문의를 딴 직후부터 줄곧 무릎 관절염 치료에 몰두했다. 당시만 해도 무릎 관절염은 참고 견디는 게 당연시되던 병이었다. 의료진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던 관절염 치료에는 무관심했다.
 
어쩌다 무릎을 다루게 됐나.
“무릎은 뼈와 뼈 사이 반월상 연골이라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다. 앞뒤, 양옆에 4개 인대가 얽힌 관절도 무릎뿐이다. 오묘한 구조만큼 환자들의 무릎이 아픈 이유도 다양하다. 관절염에 대해 의료진의 관심이 적은 것일 뿐, 얼마든 나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공관절 수술도 있지 않나.
“1990년대까지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소재도 좋지 않고 수술법도 발전하기 전이라 의사들마저 ‘무릎도 인공관절 수술을 하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심한 관절염은 약물이나 관절 내시경 등으로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런 만큼 인공관절 수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환자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인가.
“관절염을 포함해 척추·관절 질환은 수술 후 관리가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다만, 당시에는 의사가 관절염에 이를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종합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나 혼자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루에 5~6번씩 회진을 돌며 환자를 돌봤다. 아픈 곳이 어딘지 듣고 재활방법을 직접 알려줬다. 예상보다 환자 예후가 훨씬 개선되는 게 보이더라. 그때부터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 인력·장비를 갖추고, 진료 절차를 간소화한 척추·관절 전문병원을 꿈꾸게 됐다.”
 
이 원장의 꿈은 40세가 되던 2002년, 인천 연수구에 힘찬병원을 개원하며 현실이 됐다. 첨단 장비와 물리치료 시스템, 방문간호 등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앞세운 힘찬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개원 11년 만에 힘찬병원은 서울·부평·창원 등 총 8개 분원, 1100여 병상을 갖춘 전국 규모의 거점 병원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7~8%를 힘찬병원이 책임진다. SCI(SCIE)급 학술지에 총 57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척추·관절 치료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진출을 결심한 계기는.
“2006년부터 거의 매년 분원을 개원했다. 너무 열심히 일했나 진료도 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몸을 추스르던 때, 문득 우리나라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찬병원의 진단·치료 실력과 의료 시스템은 해외 의료진이 배워갈 만큼 완성도가 높다. 해외에 힘찬병원을 세우면 우리나라 의료 역량도 알리고, 환자 진료뿐 아니라 유치도 가능해 병원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진출 전략은 무엇이었나.
“한국 의료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병원을 세우는 ‘현지화’가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현지 정부·병원과 직접 소통했다. 우즈벡에서는 애초 타슈켄트에 병원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하라가 제시한 조건(토지·건물 무상 양도, 한국 의료기기·의약품 사용 허가 등)이 매력적이었고, 또 비교적 경쟁이 덜한 지역에서 한국 의료를 알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뒤 속전속결로 일을 추진했다.”
  
목동·부평에 로봇 수술장비 설치
 
어려운 점은 없었나.
“해외 진출 과정은 곳곳에 암초가 존재한다. 나 역시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성사 직전의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했다. 좋은 병원을 세워도 문화·풍습의 차이로 예상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스스로 자신이 있다면 그걸 추구할 뿐이다.”
 
힘찬병원은 최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손실도 상당하다. 부하라 힘찬병원은 교통 통제로 수 주간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목동·부평에 각각 10억원을 들여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장비를 설치합니다. 1%라도 더 나은 결과를 내면 환자가 먼저 알아주겠죠.” 이수찬 원장의 승부사 기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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