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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중시 바이든, 트럼프와 달리 ‘바텀 업 북핵 해결’ 선호

중앙선데이 2020.06.13 00:20 690호 10면 지면보기

미 민주당 대선 후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 지난 11일 필라델피아에서 경제재개와 관련한 원탁회의를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 지난 11일 필라델피아에서 경제재개와 관련한 원탁회의를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77)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5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인물과 정책, 그리고 득표력에 관심이 집중된다. 바이든은 이날 워싱턴DC와 7개 주에서 진행된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우편투표 개표에서 전체 대의원 3979명 중 누적 2004명을 확보했다. 바이든은 8월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선출돼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3)과 맞붙는다. 바이든에 대한 궁금증을 선거캠프 공식 홈페이지(joebiden.com)와 미국의 CNN과 VOA, 영국의 BBC, 독일의 DW, 일본 요미우리 등 다양한 외신을 바탕으로 풀어본다.
  

한반도 문제
“북 일정 조건 충족해야 김정은 만나”
특정국가에 군사력 사용 반대 입장

중국과 관계
베트남 등 협력국과 공동전선 구축
인권문제 제기, 압박 대신 협상 모색

정치적 특징
소통·단합 리더십이 가장 큰 미덕
고령 탓 인지장애 논란, 말실수도

러스트벨트 ‘흙수저’ 출신 가톨릭 신자
 
바이든은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다. 바이든은 백인 중에서 소수인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다. 미국은 센서스 등에 따르면 인종적으로 76.5%의 백인과 11.4%의 흑인, 그리고 5.9%의 아시아계 등으로 이뤄졌다. 종교적으론 개신교 48.5%, 가톨릭 22.7%, 유대교 2.1%, 몰몬교 1.8%, 이슬람 0.8%의 분포다. 트럼프까지 45대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톨릭 신자는 아일랜드계인 35대 존 F 케네디가 유일하다. 트럼프는 개신교인 장로교 신자로 독일계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대선이 인종·혈연·종교 대결은 아니지만 이런 정체성이 투표장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
 
성장 과정을 보면 바이든은 고난을 헤치고 자란 자수성가 형이고 트럼프는 부모의 부동산 사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 형이다. 바이든은 1942년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튼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는 미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가리키는 ‘러스트 벨트’에 속한다. 이 지역 백인 유권자들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한 핵심으로 분석된다.
 
바이든이 10살 때 어머니·형제자매와 델라웨어주 클레이먼트의 집에서 찍은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조 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바이든이 10살 때 어머니·형제자매와 델라웨어주 클레이먼트의 집에서 찍은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조 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바이든은 이곳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바이든은 10살 때 실직한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이웃 델라웨어 주로 이주하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2007년 펴낸 『지켜야 할 약속들: 인생과 정치에서(Promises to Keep: On Life and Politics)』라는 자서전에서 그는 “다니던 학교에 다시는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경험은 훗날 정치인 바이든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튼튼한 중산층이 미국 사회와 경제에 활력을 준다는 신념 아래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에 주력했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 자신을 ‘중산층 조’라고 불렀다. 지금은 ‘미국의 영혼을 부활하자(Restore the soul of America)’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만, 상원의원 시절엔 더욱 현실적인 ‘중산층 부활’을 외쳤다.
 
델라웨어대학과 시러큐스법대를 마치고 69년 변호사가 된 바이든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인 진보 청년으로 70~72년 군의원 격인 뉴캐슬 카운티 의원으로 일했다. 72년 29세의 나이에 델라웨어 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내리 6선을 기록하며 36년간 활동했다.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이 된 셈이다.
 
바이든은 법률가 경력을 살려 87~95년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냈지만, 외교위원회로 옮겨 2000년대에 세 차례에 걸쳐 의회의 노른자위인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을 들여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도 자신에게 부족한 외교정책 분야에서 바이든이 최고 전문가로 통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동맹·중국·북한·기후온난화·국제협력 등 외교안보와 국제관계에서 트럼프와 시각차가 극명하다. 대북정책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바이든이 지난해 중순 선거 유세에서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하는 국민이냐”며 트럼프의 정상외교를 비판했음을 지적했다. 바이든은 ‘북한이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자유아시아(RFA)는 바이든이 트럼프와 김 위원장 간에 이뤄진 어떤 합의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 접근방식에서도 바이든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며 극적 타결을 노려왔던 트럼프와 달리, 국무부 관리를 앞세워 실무협상을 계속하는 전통적인 외교방식(바텀 업·bottom up)으로 비핵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8년간 상원 법사위장, 외교위장 세 번
 
바이든은 한·미동맹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미·일동맹 강화를 중시한다. 한국과 일본에 미군 주둔비 인상을 압박해온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길을 추구한다. 특정 국가의 체제 전환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는 반대 입장이다. 대중국 정책에서 바이든은 동맹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협력국가들과 공동전선을 이뤄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측면에선 트럼프와 비슷하지만 바이든은 외교와 협상을 앞세우고 트럼프는 압박과 무역제재를 무기로 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워싱턴 정계의 ‘기득권자’인 바이든은 정치적 약점도 적지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변호사인 차남 헌터(50) 문제다. 변호사 겸 로비스트(미국에선 절차만 제대로 밟으면 합법이다)인 헌터는 2014~19년 우크라이나의 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이사로 활동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음모이론을 퍼뜨려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를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다가 지난해 9월 탄핵사태로까지 번졌다. 탄핵안은 연방하원에선 통과됐지만, 연방상원에서 부결됐다.
 
바이든에겐 애틋한 가족사가 있다.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직후인 72년 12월 18일 첫 부인 네일라와 딸 나오미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바이든은 5년 뒤 질 제이콥스와 재혼하기 전까지 장남 보와 차남 헌터를 키웠다. 재혼 뒤 딸 애슐리를 얻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변호사로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을 지낸 장남 보가 2015년 뇌종양으로 46세에 세상을 떠났다. 견디기 쉽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재미없고, 지루하며, 답답한 노인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상쇄해준다.
 
고령인 바이든은 건강, 특히 인지장애 문제가 지적된다. 트럼프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 트럼프는 지난 3월 4일 폭스뉴스에 나와 바이든이 문장을 제대로 연결해 말하지 못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주가 어딘지를 잊어버리며, 화요일(Tuesday)을 목요일(Thursday)로 잘못 말했다며 인지장애 의혹을 대놓고 제기했다.
 
실제로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영국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와 테리사 메이를 헛갈리기도 했으며, 이미 97년 세상을 떠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을 2016년 파리기후협정에서 만났다는 말도 했다. 이미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방하원을 다음 선거에서 되찾겠다는 말실수도 했다. 현재 인구가 약 3억2800만 명인 미국에서 2007년 이후 총기 사고로 1억5000만 명이 숨졌다며 엉뚱한 수치를 대기도 했다.
 
바이든은 88년 뇌동맥류 파열로 1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으며, 몇 달 뒤 두 번째 수술까지 받았지만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잦은 말실수는 이로 인한 뇌혈류 문제가 원인이라는 추측과 그 정도 나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애교 있는’ 실수라는 주장이 교차한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나 힐러리 클린턴도  인지장애나 치매 의혹을 겪었지만 정치적 억측으로 드러났다.
 
바이든은 최근 높은 인기를 누린다. 여론조사에선 트럼프를 8~14%포인트 앞선다. 정치컨설팅업체 270투윈은 선거인단이 미국 특유의 대선 제도를 고려해 정치공학적으로 표 계산을 해도 현재로선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물론 선거까진 5개월이 남아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은 소통과 단합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찰 폭력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을 지난 8일 1시간 이상 만나 대화하며 위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식석상에 마스크를 쓰고 나와 국민에게 코로나19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인 바이든과 함께 인간 조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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