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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연패' 한화, 21세기의 삼미 슈퍼스타스

중앙일보 2020.06.12 22:17
"나도 한 번은 이겨보고 싶었어요."

1985년 삼미 연패와 타이 기록
일본 야구 최다 연패와도 동률
내일은 신인 한승주 파격 선발


삼미 슈퍼스타를 소재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 개봉)'의 명대사 중 하나다. 이 영화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시즌 첫 꼴찌(승률 0.188) 팀이자, 프로야구 역사상 최약체로 기억되는 야구단의 스토리를 담았다.
 
이 영화는 삼미의 무명 투수가 원년 우승팀 OB 베어스의 에이스 박철순과 대결하는 필생의 승부를 그려냈다. 강한 상대를 한 번은 이겨보고 싶은, 그러나 끝내 승리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담하게 연출했다.
 
삼미는 1985년 3월31일부터 4월29일까지 18연패를 당했다. 처참한 연패 끝에 모기업의 경영낭까지 겹쳤다. 결국 그해 5월 삼미는 청보 핀토스에 매각됐다. 삼미의 연패는 전력 차가 극심했던 프로야구 초창기에나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35년 만에, 21세기 최초로 KBO리그에 18연패 팀이 나왔다. 비극의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다.  
 
12일 두산전에서 패해 18연패에 빠진 한화 선수들이 고개를 떨군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12일 두산전에서 패해 18연패에 빠진 한화 선수들이 고개를 떨군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한화는 12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2-5로 패했다. 지난달 23일 NC 다이노스전부터 지기 시작한 한화는 이날로 18연패를 기록,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한화는 1회 초 선발 투수 채드 벨이 박건우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끌려다녔다. 3회 초 1사 만루에서는 오재일에게 밀어내기 볼넷, 김재환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0-3으로 밀렸다.
 
한화 타선은 계속 침묵했다. 어깨가 무거워진 채드 벨은 5회 포 1사 1, 2루에서 오재일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더 빼앗겼다. 한화는 9회 초 박상원이 페르난데스에게 솔로포를 맞아 0-5까지 밀렸다. 한화는 9회 말 2점을 따라 붙었지만, 승부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을 비롯한 선수들은 이날도 큰 부담을 안고 싸웠다. '한 번은 이기고 싶은' 마음은 삼미 슈퍼스타즈와 같았다. 영화처럼 상대도 마침 두산 베어스였다. 그러나 두산 선발은 에에스 박철순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화 타선은 임시 선발 최원준에게 5이닝 동안 2피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한화의 18연패는 70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와도 타이다. 퍼시픽리그 소속인 지바 롯데 마린스가 1998년 기록한 18연패가 일본 기록이다. 센트럴리그에서는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1970년과 지난해 두 차례 16연패에 빠진 적이 있다.
 
12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루이빌 커널스가 1889년 당했던 26연패가 최다 기록이다. MLB 역대 2위 기록은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가 1899년 빠졌던 24연패다. 20세기 이후에는 1961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23연패를 MLB 최다 기록으로 본다. 2000년대 MLB 최다 연패는 200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19연패다. 
 
한화의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13일 오후 5시 시작하는 두산전 한화 선발은 올해 부산고를 졸업한 신인 한승주다. 19세 신인 투수의 1군 데뷔전에 한화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한승주는 2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두산은 베테랑 유희관을 내세운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고개를 떨군 최원호 감독 대행. 그는 13일 두산전 선발로 신인 한승주를 내세운다. [뉴스1]

경기가 풀리지 않자 고개를 떨군 최원호 감독 대행. 그는 13일 두산전 선발로 신인 한승주를 내세운다. [뉴스1]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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