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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9살 쇠사슬 채운 친모의 기막힌 해명 "강아지 놀이였다"

중앙일보 2020.06.12 20:43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양(9)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양(9)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경남 창녕군 초등학교 4학년 A양(9)이 계부 B 씨(35)와 친모 C씨(27)로부터 학대를 당할 때 이 모습을 B·C씨 사이에서 태어난 또 다른 자녀 3명이 지켜본 것으로 나타났다. 의붓동생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기관)에서 “A양이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었던 모습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 쇠사슬 채운 모습 의붓 동생들도 목격
친모 "강아지 놀이한 것"이라고 황당한 해명
의붓동생들 A양을 언니 등 아닌 이름 불러
A양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지지 않은 듯

그러나 친모 C씨는 기관과의 상담에서 ‘왜 그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기관의 한 상담사는 “C씨가 ‘아이들과 강아지 놀이를 했다’고 변명을 했다”며 “어느 부모가 목줄을 채워서 (이런 놀이를) 하겠습니까. 이건 말이 안되죠”라고 말했다. 법원은 A양에 대한 학대 장면을 목격한 의붓형제 3명에 대해서도 정서적 학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임시보호명령을 내리고 B·C씨와 분리했다.  
 
A양이 경찰 등에 진술한 아동학대 정황을 보면 부모가 자식을 이리 학대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특히 A양의 친모는 처음 아이를 낳고 난 뒤 위탁가정에 보낼 때까지는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그가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악마처럼 변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2일 중앙일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A양은 2015년 2월 경남의 한 위탁가정에 맡겨졌다가 2017년 1월 친모 C씨와 계부 B씨가 거제로 이사한 2017년 2월부터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위탁 사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양육이 힘들다’는 이유다. 위탁가정 관련 한 관계자는 “위탁 당시 친모 C씨는 어떤 환경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에는 A양에 대해 모성에서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양이 감금됐던 테라스 모습(오른쪽). 위성욱 기자

A양이 감금됐던 테라스 모습(오른쪽). 위성욱 기자

전문가들은 C씨가 아이를 낳은 뒤 ‘조현병’ 등 여러 가지 힘든 환경을 거치면서 아이에 대한 학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혼모인 C씨가 10대 때 아이를 낳은 뒤 이로 인해 인생이 힘들어졌다는 피해의식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후 계부 B씨와의 사이에 자녀 3명이 더 태어나면서 양육 스트레스까지 겹쳐졌고, 여기에 조현병까지 앓으면서 학대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C씨는 막내 아이를 임신한 뒤부터 조현병 치료 약을 먹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B·C씨가 A양을 집중적으로 학대한 시기를 지난 1~5월 사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만큼 C씨가 조현병 치료약을 먹지 않으면서 더 심하게 학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의붓동생들은 기관과의 상담 때 A양을 언니 등으로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와 똑같이 A양의 이름을 불렀다. 사실상 A양을 가족 구성원으로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 보니 의붓아빠가 친딸을 학대하는데도 아이를 지키기는커녕 같이 학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A양이 다른 의붓동생들로부터 ‘언니’ 등의 호칭으로 불리지 않고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은 같은 집안의 가족이 아니라 짐승 같은 대우를 받고 지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실제 A양이 부모로부터 당했다고 진술한 학대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계부 B씨는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졌다. 쇠막대기(카본 재질)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때리기도 했다. 친모 C씨는 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서 금속 등을 접착할 때 사용하는 글루건을 발등에 쏘거나, 쇠젓가락을 불에 달궈 발바닥을 지지는 등 화상을 입혔다는 것이 A양의 진술이다.  
 
아동학대 이미지. 뉴스1

아동학대 이미지. 뉴스1

또 여러 차례에 걸쳐 목을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까지 채운 뒤 테라스에 묶어두었고 화장실 갈 때나 밥 먹을 때만 풀어줬고, 밥도 하루 한 차례만 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마치 동물 대하듯 한 것이다.    
 
A양은 병원 치료 후 지난 11일 건강이 회복돼 퇴원했다. 처음 발견 당시 25㎏에 불과했던 몸무게는 30㎏으로 늘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쾌활한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A양은 거제에서 학교에 다닐 당시 생활 기록부에 ‘활발한 성격이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랜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두려움을 회피하는 일종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아이가 잘못했을 때) 교육 차원에서 한 대 때리다가 다음에 또 같은 잘못을 하면 두 대 때려야 아이가 반응한다. 그런 식으로 폭력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나중에는 고문 수준의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가 양육 고위험군을 찾아내고 지속해서 관찰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위탁 양육 등을 지원하는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녕=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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