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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곰 안 죽인다"고 해고당한 캐나다 경찰...법원 부당해고 인정

중앙일보 2020.06.12 18:44
미국 옐로우스톤의 곰. AP=연합뉴스

미국 옐로우스톤의 곰. AP=연합뉴스

 
2015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 포트 하디(Port Hardy)에서 검은 곰이 한 냉동고를 습격했다. 곰은 보관돼 있던 고기와 연어 등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환경보호 경찰(conservation officer) 브라이스 카사반트는 현장에서 해당 곰을 사살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곰이 먹이를 찾아 도심에 출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이 남긴 음식 등을 먹게 된 곰을 사살해 왔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죽은 곰의 새끼로 추정되는 새끼 곰 2마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카사반트의 상관은 “새끼 곰들도 마찬가지니 사살하라”고 명령했지만, 카사반트는 “주민 탐문 결과 새끼 곰들은 인간들이 남긴 음식을 먹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카사반트는 상관의 지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뒤 해고됐다. 카사반트는 주 정부와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주 상소법원은 카사반트의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카사반트는 재판에 끝난 뒤 가디언에 “머리 위에 떠 있던 먹구름이 사라져가는 기분”이라면서도 “기쁘지만 슬프기도 하다. 이런 일은 애초에 벌어져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인 출신인 그는 “나는 내 이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 이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이게 내 딸에게 가르쳐줄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그가 복직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카사반트는 적어도 다른 재판에서 자신이 무죄라는 점이 더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카사반트가 목숨을 구한 새끼곰 2마리는 노스아일랜드 치료 센터로 보내진 뒤 야생으로 돌아갔다. 
 
지난 1월 자연보호단체 ‘퍼시픽 와일드(Pacific Wild)’는 지난 8년간 환경보호 경찰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만 곰 4500마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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